[내일(9.20)의 제1독서 말씀] 하느님의 손안에 있다는 것 : 지혜서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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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얼마 전 10년 아래 후배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구나’ 하는 아쉬움이었다.
며칠 전까지 이야기하고 함께 워크샵도 하고 운동도 하고 술도 같이 하였는데
그리고 즐겁게 웃었던 사람이 더 이상 우리 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죽음은 우리에게 언제나 이별이고 상실이다.
그런데 오늘 지혜서는 죽음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안에 있어 어떠한 고통도 겪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의 손안에 있다.’
이보다 더 따뜻한 표현이 있을까.
어린아이가 부모의 손을 잡고 걸으면 낯선 길에서도 안심한다.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도 자신을 붙잡고 있는 손을 믿기 때문이다.
신앙도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 역시 죽음 이후의 세계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누구도 그 길을 미리 다녀와 우리에게 자세히 설명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오늘 말씀은 우리가 어디로 가는가를 모두 아는 것보다
누구의 손안에 있는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사람들의 눈에는 죽음이 모든 것의 끝처럼 보인다.
그래서 지혜서는 말한다.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같은 죽음을 바라보면서도 시선은 전혀 다르다.
우리의 눈에는 떠남이지만 하느님의 눈에는 품어 안으심일 수 있고,
우리의 눈에는 끝이지만 하느님 안에서는 새로운 생명의 시작일 수 있다.
바로 앞서 바오로 사도가 씨앗을 이야기했던 것도 떠오른다.
씨앗은 땅에 묻히면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생명이 시작된다.
오늘 지혜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 보이지 않는 시간에도 우리는 버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손안에 있다.
이 사실이 부활 신앙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부활은 단순히 죽은 뒤 다시 살아난다는 미래의 약속만이 아니다.
지금 살아 있는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고 죽음 너머에서도 하느님께서 나를 놓지 않으신다는 믿음이다.
오늘 말씀에는 또 하나의 인상적인 비유가 나온다.
“그분께서는 용광로 속의 금처럼 그들을 시험하시고…”
금은 불 속에 들어가야 불순물이 제거된다.
그러나 불의 목적은 금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금을 더욱 순수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다.
우리 삶의 고통도 쉽게 이해할 수는 없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지, 왜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받아야 하는지
설명할 수 없는 순간도 많다.
그러므로 모든 고통을 단순히 ‘하느님께서 주신 시험’이라고 쉽게 말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신앙은 고통이 내 삶의 마지막 의미가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고통보다 하느님의 사랑이 더 크고, 죽음보다 생명이 더 크다고 믿는 것,
그것이 오늘 말씀이 전하는 희망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죽음은 가까운 이야기다.
가까웠던 사람들의 부고를 듣게 되고, 내 육신도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끼면서
언젠가 나에게도 마지막 시간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때 나는 무엇을 붙잡을 수 있을까.
재산도, 직책도, 지식도 마지막 순간에는 나를 붙잡아 줄 수 없다.
그러나 오늘 말씀은 내가 붙잡아야 할 것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아니, 어쩌면 표현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내가 하느님을 얼마나 단단히 붙잡고 있는가보다,
하느님께서 나를 놓지 않고 계신다는 사실을 믿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오늘 말씀으로 다시 돌아가서,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안에 있어…”
살아 있을 때도 그분의 손안에 있고,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도 그분의 손안에 있으며,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에도 그분의 손안에 있다.
그리고 죽음 너머에서도 그 손은 우리를 놓지 않으신다.
그래서 부활 신앙은 죽음이 없다고 말하는 믿음이 아니다.
죽음이 있어도 하느님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언젠가 나에게 마지막 시간이 찾아왔을 때 두려움이 전혀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 한마디만은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하느님의 손안에 있다.
그 손안에서 우리는 떠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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