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독서 말씀] 돌 같은 마음이 부드러워질 때 : 에제키엘서(36,23-28)
본문
나이가 들면서 몸이 굳어지는 것은 쉽게 느낄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관절이 예전 같지 않고, 한동안 움직여야 몸이 풀린다.
그래서 스트레칭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몸이 굳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런데 몸보다 더 조심해야 할 것이 있는 것 같다.
마음이 굳어지는 것이다.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경험이 쌓이면 나름대로 세상을 보는 기준이 생긴다.
처음에는 그것이 지혜처럼 생각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살아 보니 다 알아.”라는 생각으로 바뀌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내 생각을 먼저 말하고,
젊은 사람들의 새로운 방식을 보면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라고 판단하기 쉽다.
몸이 굳으면 움직이기 어렵듯 마음이 굳으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오늘 에제키엘서(36,23-28)에서 하느님께서는 말씀하신다.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
돌은 단단하여 상처받지도 않지만, 다른 사람의 아픔도 느끼지 못한다.
반대로 살은 부드럽다. 그래서 상처받을 수 있지만
따뜻함도 느끼고 다른 사람의 아픔에도 반응한다.
하느님께서 주시겠다는 새 마음은 상처받지 않는 강철 같은 마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마음인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살아가면서 조금씩 돌처럼 굳어지기도 한다.
믿었던 사람에게 실망하면 사람을 믿지 않게 되고,
몇 번 선의를 베풀었다가 상처받으면 더 이상 나서지 않게 된다.
용서했는데 다시 상처를 받으면
“이제 다시는 용서하지 않겠다.”고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한다.
그렇게 벽을 쌓다 보면 상처는 덜 받지만 사랑도 들어오기 어려워진다.
식품도 수분을 잃으면 딱딱해진다.
갓 지은 밥은 부드럽지만 시간이 지나 수분이 증발하면
전분의 구조가 변하면 굳어진다.
다시 따뜻한 수분과 열을 더하면 어느 정도 부드러움을 되찾는다.
우리 마음에도 때때로 그런 ‘수분’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따뜻한 말 한마디,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마음,
먼저 건네는 사과,
그리고 기도가 굳어진 마음을 다시 부드럽게 만들어 물과 같은 역할을 한다.
오늘 말씀에서 하느님께서는 먼저 이렇게 약속하신다.
“너희에게 정결한 물을 뿌려, 너희를 정결하게 하겠다.”
그리고 이어서 새 마음과 새 영을 주시겠다고 하신다.
순서가 의미 있게 다가온다.
묵은 것을 씻어 내고 새 마음을 넣어 주시는 것이다.
우리도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무엇인가를 더 채우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먼저 오래된 미움과 고집, 자존심과 편견을 씻어 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변화가 우리 자신의 의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는 또 너희 안에 내 영을 넣어 주겠다.”
하느님께서 먼저 바꾸어 주시겠다고 하신다.
그래서 신앙은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만이 아니라,
“주님, 제 마음을 바꾸어 주십시오.”라고 내어 맡기는 것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향해 아직 풀지 못한 미움이 있는가.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하게 하는 고집이 있는가.
이웃의 어려움을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무관심이 있는가.
그것이 내 안에 자리 잡은 작은 돌멩이들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수록 몸은 조금씩 굳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음까지 함께 굳어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세월이 흐를수록 사람을 더 이해하고,
더 쉽게 용서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며,
다른 사람의 아픔에 더 따뜻하게 반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노년이 될까.
주님, 제 안의 돌 같은 마음을 치워 주십시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더욱 부드럽고 따뜻해지는 살 같은 마음을 주십시오.
신앙의 성숙은 마음이 강해지기보다는 하느님을 닮아 점점 더 부드러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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