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독서 말씀] 떠난 뒤에야 보이는 것 : 에제키엘 (24,15-24)
본문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부부에게는 특별한 말이 없어도 통하는 것이 있다.
아침에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외출할 때 어디 가느냐고 묻고,
저녁이면 같은 집으로 돌아오는 일.
젊었을 때에는 너무 평범해서 특별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세월이 흐르면 가장 소중한 일상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처럼 생각한다.
오늘 에제키엘서의 말씀은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하느님께서는 에제키엘의 아내를 “네 눈의 즐거움”이라고 부르신다.
짧은 표현이지만 그 안에 아내를 향한 에제키엘의 사랑이 모두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저녁에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하느님께서
에제키엘에게 울지도 말고 곡을 하지도 말라고 하신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는데 어떻게 울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이 말씀은 슬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기보다,
앞으로 예루살렘 백성이 겪게 될 너무나 큰 충격과 상실을
에제키엘의 삶 자체로 보여 주는 예언적 표징이었다.
사람은 큰 슬픔을 만나면 반드시 큰 소리로 우는 것만은 아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을 당하면 오히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눈물조차 흐르지 않고 멍하니 앉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에제키엘의 침묵을 보면서 그런 슬픔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에제키엘의 아내와 예루살렘 성전을 연결하신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성전은 “눈의 즐거움이며 영의 그리움”이었다.
그들은 성전이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정작 성전이 있다는 사실에 안주했을 뿐,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삶에서는 멀어져 있었다.
우리도 비슷하지 않을까.
건강할 때에는 건강의 소중함을 잊는다.
매일 만나는 가족에게는 고맙다는 말을 미룬다.
오래된 친구에게는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건강을 잃고 나서야 마음껏 걸을 수 있었던 날이
행복했다는 것을 깨닫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뒤에야
함께 밥 먹고 차 한잔 마시던 평범한 시간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알게 된다.
식탁에 늘 놓여 있는 밥 한 그릇도 그렇다.
매일 먹을 때에는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러나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다가 돌아와
익숙한 집밥을 먹으면 그 평범한 음식이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소중한 것들은 대개 화려하지 않다.
그래서 소중한 줄 모르고 살아가기 쉽다.
오늘 에제키엘의 아픔은 나에게 묻는다.
지금 내 곁에 있는데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다.
건강일 수도 있고,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성당일 수도 있으며,
오늘 아침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일 수도 있다.
우리는 잃은 뒤에야 소중함을 깨닫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러나 꼭 잃어야만 깨달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직 곁에 있을 때 고맙다고 말하고,
아직 손을 잡을 수 있을 때 손을 잡으며,
아직 함께 식사할 수 있을 때 기쁘게 밥 한 끼를 나누는 것.
그것이 오늘 말씀을 통해 내가 배워야 할 지혜인지도 모른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가진 것을 빼앗아 슬픔을 주시는 분으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히려 오늘의 강렬한 예언적 표징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에 기대어 살면서 정작
그 안에 담긴 사랑과 책임을 잊지 말라는 경고로 다가온다.
오늘 저녁에는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라도 말하고 싶다.
“당신이 오늘 내 곁에 있어 주어서 고맙습니다.”
어쩌면 행복은 새로운 무엇을 더 많이 갖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곁에 있는 소중한 것을 소중한 줄 아는 데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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