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성혈 대축일에 ] 성체 성혈 대축일이 생기된 경위
본문
우리들 자신도 성체에 대한 의심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정말로 밀떡이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화될까?
그냥 상징성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말이다.
1263년, 이탈리아 중부의 작은 도시 볼세냐에서 한 사제의 의심에서 시작된 이야기이며, 동시에 하느님께서 인간의 연약함에 어떻게 응답하시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독일 출신의 한 사제가 로마 순례길에 오르고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사제로 살아왔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쉽게 떨쳐낼 수 없는 남다른 고민이 있었다. 미사 중 축성된 빵과 포도주가 정말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된다는 교회의 가르침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머리로는 믿고 있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었다.
순례 도중 그는 볼세냐의 성녀 크리스티나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게 되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미사가 진행되었고 마침내 성체를 축성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런데 성체를 떼어 나누려는 순간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전승에 따르면 축성된 성체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피는 그의 손과 성체포, 제대포 위로 떨어졌고, 사제는 놀라움과 두려움 속에서 더 이상 미사를 계속할 수 없었다.
그는 곧바로 인근 오르비에토에 머물고 있던 교황 우르바노 4세를 찾아가 자신이 경험한 일을 보고하였다. 교황은 이 사건을 조사하도록 하였고, 여러 확인 과정을 거친 후 이를 특별한 표징으로 받아들였다. 피가 묻은 성체포는 이후 소중히 보관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오르비에토 대성당에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지방에서 일어난 기적으로 끝나지 않았다. 교황 우르바노 4세는 이 일을 계기로 성체성사에 대한 신앙을 더욱 깊이 묵상하도록 교회 전체에 권고하였고, 이듬해인 1264년에는 성체성혈 대축일을 전 교회가 기념하도록 제정하였다. 그러나 볼세냐의 성체 기적이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단순히 성체에서 피가 흘렀다는 놀라운 현상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 사건의 중심에는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갈등하던 한 사제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신앙이란 의심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성인들도, 사제들도, 신앙인들도
때때로 의문을 품고 흔들린다.
"정말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하시는가?",
"정말 내가 믿는 것이 진실인가?" 하는 질문은
신앙 여정 안에서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게 되는 물음이다.
볼세냐의 사제도 그러하였다.
그는 믿음을 버린 사람이 아니라
더 깊이 믿고 싶었지만 완전히 확신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전승에 따르면 하느님께서는 그런 그의 의심을 꾸짖기보다
오히려 그 의심 속으로 들어오셔서 응답해 주셨다.
그래서 볼세냐의 성체 기적은 단순한 기적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연약함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로운 응답으로 읽힌다.
믿음이 강한 사람에게만 다가오시는 하느님이 아니라,
믿고 싶지만 흔들리는 사람 곁에도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보여주는 사건인 것이다.
오늘날 성체 앞에 무릎을 꿇을 때마다
우리는 그 독일 사제를 떠올릴 수 있다.
그의 의심은 어쩌면 우리의 의심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응답은 오늘 우리에게도 전해지는 메시지일지 모른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여기 있다."
볼세냐의 작은 성당에서 시작된 그 이야기는 7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신자들에게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묵상하게 하는
살아 있는 신앙의 증언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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