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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독서 말씀] 불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것

제임스
6시간 46분전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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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서 3,25.34-43을 묵상하며

옛말에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울 때, 어머니가 가만히 손을 얹고 문지르며
괜찮다, 괜찮다하고 말해 주면
신기하게도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의학적으로 보면 그 손길이 병을 치료하는 약은 아니다.
그러나 그 순간 아이에게는 분명히 약이 된다.

왜 그럴까.
그 손길 속에는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가장 큰 고통은 몸의 아픔이 아니라, 버려졌다는 느낌이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은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우리가 읽은 다니엘서의 기도는 바로 그런 마음에서 나온다.
바빌론에 끌려간 이스라엘 백성은 나라를 잃었고 성전도 잃었다.
제사를 드릴 제단도 없고 지도자도 없었다.
그들이 믿고 의지하던 모든 것이 무너진 상황이었다.

성경은 그들의 처지를 이렇게 표현한다.

지금 저희에게는 제후도 예언자도 지도자도 없고
번제물도 희생 제물도 예물도 없습니다.

 

신앙의 중심이었던 성전이 무너졌으니,

그들에게는 하느님께 드릴 제물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인간적으로 보면 모든 것이 끝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아자르야는 불 속에서 기도한다.

저희의 부서진 영혼과 겸손해진 정신을 받아 주소서.”

이 기도는 놀라운 고백을 담고 있다.
하느님께 드릴 양도 없고 황소도 없지만,

상한 마음 자체를 제물로 드리겠다는 고백이다.

 

 

우리 삶에서도 이런 순간을 종종 만난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믿었던 사람이 등을 돌릴 때,
건강이나 직장, 관계가 한꺼번에 흔들릴 때.

그때 우리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이제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구나.”

기도할 힘도 없고,
자랑할 업적도 없고,
내세울 믿음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신앙이 가장 깊어지는 자리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기 때문이다.

내가 하느님께 드릴 수 있는 것은
내 능력이 아니라
내 마음뿐이구나.”

 

 

아이의 배 위에 얹힌 어머니의 손처럼
하느님은 우리의 상처 위에 조용히 손을 얹으신다.

그리고 말씀하신다.

괜찮다.
나는 너를 버리지 않는다
.

그래서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정녕 당신을 신뢰하는 이들은 수치를 당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고통이 사라진다는 약속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버려지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어쩌면 신앙이란 거창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불 속에서도 하느님을 향해 서 있는 것,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그래도 당신을 찾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그것이 바로 믿음의 시작이다.

 

우리 삶의 어떤 순간에는
성전도 없고 제물도 없고 지도자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하느님께서 찾으시는 것은
화려한 제물이 아니라 겸손해진 마음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마치 아이의 배 위에 얹힌 어머니의 따뜻한 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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