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복음 말씀] 솟아오르는 영원한 생명의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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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한낮의 태양이 머리 위로 내리쬐는 시간, 사람들은 보통 우물가에 나오지 않는다.
물을 길으러 오는 시간은 대개 아침이나 저녁이다. 그런데 사마리아의 한 여인이 정오 무렵 우물로 나온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 여인의 삶에는 남들에게 드러내기 어려운 사연이 있었다.
그 우물가에 한 사람이 먼저 앉아 있었다. 길을 걸어 지치신 예수님이었다. 예수님께서는 그 여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에게 마실 물을 좀 다오.”
그 말은 단순한 부탁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매우 낯선 장면이었다. 당시 유다인과 사마리아인은 서로 왕래도 하지 않았고, 유다 남자가 사마리아 여자에게 말을 거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 모든 경계를 넘어 먼저 말을 건네신다. 사람 사이에 세워 놓은 벽보다 사람 자체를 먼저 보시는 분이었기 때문이다.
여인은 놀라서 묻는다.
“선생님은 유다 사람이시면서 어떻게 저에게 물을 청하십니까?”
예수님은 뜻밖의 말씀을 하신다.
“네가 하느님의 선물을 알고 또 너에게 물을 청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네가 그에게 청하고 그는 너에게 생수를 주었을 것이다.”
우물가에서 시작된 대화는 점차 더 깊은 의미로 이어진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이 물을 마시는 사람은 다시 목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솟아나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마신다. 물도 마시고, 음식도 먹고, 돈과 성공과 명예라는 또 다른 ‘갈증의 물’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잠시 갈증을 달래 줄 뿐 다시 목마르게 만든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은 늘 무엇인가를 더 찾으며 살아간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생명의 물은 그런 갈증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것은 밖에서 퍼 올리는 물이 아니라, 사람 안에서 솟아나는 샘물이다. 하느님과의 만남 속에서 생겨나는 생명의 샘이다.
대화가 이어지면서 예수님은 여인의 삶을 조용히 드러내신다. 그 여인이 지금까지 살아온 길을 정확히 알고 계셨다. 여인은 놀라서 말한다.
“선생님, 이제 보니 선생님은 예언자이십니다.”
그리고 예배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은 어느 산에서 예배를 드려야 하는지를 두고 서로 다투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의 대답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깊다.
“하느님은 영이시다. 그러므로 그분께 예배를 드리는 이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
예배의 장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는 뜻이다. 하느님을 만나는 길은 특정 장소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 속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대화를 마친 여인은 물동이를 버려둔 채 마을로 달려간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외친다.
“제가 한 일을 모두 알아맞힌 분이 있습니다. 와서 보십시오. 그분이 그리스도가 아니실까요?”
한 사람이 예수님을 만난 사건이 마을 전체로 퍼져 나간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믿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이렇게 고백한다.
“이분은 참으로 세상의 구원자이십니다.”
이 장면을 묵상하다 보면 한 가지가 마음에 남는다. 예수님은 먼저 물을 달라고 하셨다는 사실이다. 마치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부탁하는 사람처럼 다가오신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가 더 깊은 물을 얻게 하시기 위한 시작이었다.
신앙의 길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우리는 하느님을 찾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하느님이 먼저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계시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우물가에 서 있을 때, 우리 마음 깊은 곳의 갈증을 이미 알고 계신 채 말이다.
우리 안에도 여러 갈증이 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갈망 같은 것들이다.
그 갈증을 세상의 물로만 채우려 하면 다시 목마르게 된다.
그러나 하느님을 만나는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다른 샘이 하나 열리기 시작한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그 샘은 밖에서 길어 오는 물이 아니라,
우리 안에서 솟아나는 물이다.
그리고 그 샘이 열리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우리가 찾던 것은 우물 속 물이 아니라 생명의 샘 자체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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