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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성경 말씀] 두려움 앞에서 주어지는 언변의 은총

제임스
2025-11-25 17:25 1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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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일을 앞두고 내가 나서서 말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마음속에는 늘 비슷한 파문이 일곤 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무엇을 말해야 할까?
실수하면 어쩌나?
그 질문들이 서로 어깨를 밀치며 튀어나와, 말문을 닫아 버리기도 했다.

누가 뒤에서 받쳐주고, 혹여 잘못 말하더라도 따뜻하게 감싸줄 사람이 있다면 훨씬 담대해질 수 있을 텐데, 현실은 대부분 그렇지 않았다. 혼자 나서야 하는 순간, 그 외로움 속에서 나는 종종 작아지곤 했다.

아마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도 비슷한 두려움을 품었을 것이다.
앞으로 닥칠 박해와 재판, 심문과 조롱 앞에서 자신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무엇을 대답해야 할지 몰라 떨었을 것이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놀라운 약속을 주신다.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
어떠한 적대자도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
(루카 21,14-15)

 

이 말씀은 마치 천만 군마를 얻은 듯한 담대함을 준다.
나 대신 말해 주시겠다는 약속, 내 능력이 아니라 주님의 지혜로 서게 하시겠다는 약속.
그래서 우리가 갖춰야 할 것은 완벽한 언변이 아니라, 주님께 맡기는 마음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동시에 현실을 숨기지 않으신다.
박해는 실제로 찾아올 것이고, 배신은 가까운 이들로부터 올 것이며,
미움은 피할 길이 없을 것이라 말씀하신다.
그러나 그 모든 고난의 문장 끝에, 단 하나의 반전이 빛난다.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루카 21,18-19)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게 하시겠다는 약속은,
고난이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다.
고난 한 가운데서도 우리를 붙들고 계신 손길이 결코 떠나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돌아보면, 내가 떨며 나섰던 많은 순간들 역시 결국은 그 손길로 지탱되어 있었다.
말문이 막힘 없이 트이던 날도 있었고, 준비한 말이 갑자기 흐려져 버렸던 날도 있었지만,
그 결과의 크고 작음을 떠나 결국 그 자리를 통과하게 한 힘은 내가 아니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그런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하셨다.
두려움은 증언의 무덤이 아니라, 은총의 문턱이었다.
말을 잘하려는 욕심이 아니라,
주님께서 주시는 지혜를 기다리는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복음의 증인이 된다
.

오늘도 나는 말해야 할 자리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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