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성경말씀1] 흐르는 시대 속에서 지켜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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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오늘의 제1독서 (다니엘 1장)에 대한 묵상입니다
바람은 계절이 바뀌면 자연스레 방향을 바꾸고,
강물은 언제나 자신보다 낮은 곳을 향해 흐른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은 이 단순한 자연의 질서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다.
시대의 물결이 거세지면, 마음은 금세 흔들리고
자신이 서 있어야 할 자리를 잊어버리기 쉽다.
역사는 여호야킴 시대의 예루살렘을 그렇게 기록한다.
성전의 기물이 약탈되고, 젊은이들이 바빌론으로 끌려가던 날,
많은 이들은 하느님이 침묵하신다고 느꼈을 것이다.
무너진 도시만큼이나 신앙도 폐허가 된 듯 보이던 시간이었다.
그런 시대 속에서 네 사람의 이름이 조용히 새겨진다.
다니엘, 하난야, 미사엘, 아자르야.
그들은 폐허 위에서도 마음의 등불을 꺼뜨리지 않은 이들이다.
그들을 빛나게 한 것은 왕족의 혈통이나 젊음의 활기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중심, 곧 하느님을 향한 변함없는 마음이었다.
바빌론 궁정의 생활은 풍요롭고 부드러운 유혹으로 가득했다.
왕이 내리는 풍성한 음식과 술, 화려한 학문과 문화는
정복된 민족의 젊은이들을 동화시키기 위한 달콤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편안함이 항상 축복은 아니다.
그 달콤함은 마음을 흐리게 하고,
영혼의 깊은 곳을 조용히 잠식하는 안개가 되기도 한다.
다니엘은 그 문턱에서 멈춰 섰다.
그는 붉은 고기나 향기로운 술이 문제라고 보지 않았다.
문제는 ‘음식’이 아니라, 그 음식이 자신을 하느님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지게 할까 두려워한 마음이었다.
먹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충성심이 흔들리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내시장에게 조심스럽게 청한다.
“저희에게 채소와 물만 주십시오.”
다니엘이 선택한 것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길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를 흐리지 않는 길이었다.
그 단순한 선택은 고집이 아니라,
은총을 담을 수 있는 넉넉한 그릇이 되었다.
열흘 후, 그 젊은이들의 얼굴은 오히려 더 윤기가 나고
표정은 맑고 고요했다.
하느님께서는 소박한 음식 속에서
그들의 절제와 믿음을 견고하게 빚어 올리셨다.
세월이 지나 왕이 이 젊은이들을 불러 물었을 때,
그들의 지혜는 요술사나 주술사보다 열 배나 뛰어났다.
바빌론의 학문도, 왕의 음식도 줄 수 없는,
오직 하느님께 뿌리를 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지혜의 향기가 그들에게서 피어나고 있었다.
오늘의 세상도 다른 모습의 바빌론을 닮았다.
풍요와 속도, 과도한 정보와 경쟁,
또 끝없이 높아지는 기대치가 우리를 순식간에 끌고 간다.
마음을 단단히 세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속도로 사슬이 우리를 묶어
가장 소중한 내면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다니엘이 지킨 것은 큰일이 아니었다.
붉은 고기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스며 있던 영혼의 흐트러짐을 경계한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도 ‘작은 선택 하나’가
신앙을 지켜내는 문턱이 될 때가 많다.
“하느님 앞에서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을 잊지 않는 사람에게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세상을 꿰뚫는 지혜와 빛을 새롭게 열어 주신다.
폐허가 된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젊은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세계 제국의 한복판에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순간으로 이어진다.
상황이 어렵다고 빛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등불을 지키는 사람이 있을 때
빛은 더 깊고 단단하게 살아난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채소와 물’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소박하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선택이지만
그 선택이 우리의 영혼을 지키고
하느님께 시선을 머물게 한다.
다니엘처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흔들리는 시대 속에서도
하느님께 향한 우리의 마음을 잃지 않기를
이 말씀 앞에서 다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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