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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징이 된 사람, 은총으로 부름받은 사람

제임스
2025-10-13 08:09 2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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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성경 말씀, 로마 1,5 / 루카 11,30 에 대한 묵상수필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사도직의 은총을 받았습니다.”(로마 1,5)
“요나가 니네베 사람들에게 표징이 된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이 세대 사람들에게 그러할 것이다.”(루카 11,30)


    두 말씀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한 곳에서 만난다. 하나는 부름의 은총, 다른 하나는 드러남의 표징이다. 하느님께서는 사랑을 세상에 드러내시기 위해 우리를 부르시고, 또 그 부르심을 통해 우리 자신을 표징으로 세우신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사도가 된 것을 결코 자랑하지 않았다. 그는 그것을 “그리스도를 통하여 받은 은총”이라 고백했다. 사도직은 인간의 공로나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하느님이 먼저 주신 초대에 대한 응답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복음을 전하는 데 빚진 사람”이라 했다.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은 단지 한 사람의 구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은총이 흘러가도록 맡겨진 사명이다.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작은 일을 정성껏 감당하는 마음, 그것이 이미 하느님께서 주신 사도직의 은총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세상의 어느 자리에서든, 우리는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는 작은 사도로 살아갈 수 있다.

루카 복음에서 예수님은 요나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하신다. 요나는 니네베의 회개를 이끌기 위해 하느님께 파견되었지만 처음엔 그 길을 거부했다. 두려움과 불안, 자신의 한계 때문에 도망쳤던 그가 결국 하느님의 뜻에 순종했을 때, 그를 통해 한 도시가 회개했다. 하느님은 인간의 연약함조차 당신의 구원의 도구로 사용하신다.
     예수님은 바로 그 요나의 표징을 당신 안에서 완성하셨다. 십자가와 부활, 그것이야말로 세상에 주어진 가장 큰 표징이다. 하느님은 기적이나 번개 같은 놀라운 사건이 아니라, 고통 속의 사랑, 죽음 속의 생명으로 자신을 드러내셨다.

이 말씀을 묵상하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어떤 표징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믿음을 입으로 고백하면서도, 정작 작은 친절 하나에도 망설이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어쩌면 그 미소 하나, 손을 내미는 그 작은 행동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보내신 표징일지 모른다. 세상은 여전히 니네베처럼 혼란과 의심으로 가득하지만, 그 속에서도 주님은 말씀하신다.
“네가 바로 그 표징이 되어라.”

바오로의 은총은 부르심의 표징, 예수님의 십자가는 사랑의 표징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신앙은 그 두 길이 만나는 자리에서 완성된다. 부르심에 감사하며, 사랑으로 드러내는 삶 — 그것이 하느님이 우리 각자에게 맡기신 사도직의 본질이다.


     구름 사이로 잠시 햇살이 스며드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오늘 하루의 선의와 인내, 그 작은 실천이 누군가의 마음에 빛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주님께서 내게 맡기신 사도직의 은총이며, 이 시대에 보내신 표징이라는 것을.


주님,
저를 당신의 은총으로 부르셨으니,
제 삶이 당신 사랑의 표징이 되게 하소서.
말보다 행동으로, 힘보다 온유로,
복음의 향기가 제 일상에서 피어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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