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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내리는 기쁨

제임스
2025-10-11 08:54 3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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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날씨답지 않게 연일 흐리고 비가 내리니, 마치 장마철이 다시 돌아온 듯하다.

밴쿠버처럼 아름다운 도시에서도 우울증 환자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봄부터 늦가을까지는 찬란한 햇빛이 비치지만, 겨울이 시작되면 매일 비가 내리고 흐린 날이 계속된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아예 겨울철 동안 햇볕이 내리쬐는 남쪽 나라로 가서 지내다 돌아오기도 한단다. 그만큼 빛의 부재는 마음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며칠 전, 계속되던 흐린 날씨가 물러가고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이 열렸었다.

햇빛은 세상을 환히 비추었고, 그 따스한 기운은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나를 감쌌다.

그 순간, 오늘의 성경 말씀이 떠올랐다.

의인에게는 빛이 내리고, 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쏟아진다.”(시편 97)

그 빛은 단순한 자연의 현상이 아니었다.

하느님의 눈길, 세상 한가운데 조용히 살아가는 이들에게 비추는 은총의 손길 같았다.

삶을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어둠의 시절이 찾아온다.

마음이 무겁고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빛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시편은 말한다.

그 빛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음 바른 이에게 내리고 있다고.

마음이 바르다는 것은 완벽하다는 뜻이 아니다.

거짓을 피하고, 미움을 버리고, 작지만 정직한 선택을 하는 마음이다.

남들이 보지 않아도 옳다고 여기는 길을 걷는 사람,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려 애쓰는 사람.

그런 이의 마음에 하느님은 조용히 빛을 내려주신다.


예수님께서는 그 빛의 길을 더욱 분명히 보여주신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루카 11,28)

그분의 말씀은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밝히는 등불이다.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을 지키고 실행하는 순간,

즉 사랑을 실천하고, 용서를 택하며, 감사의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낼 때

비로소 그 등불은 우리 안에서 타오르기 시작한다.

세상이 주는 즐거움은 화려하지만, 마냥 오래가지 않는다.

그러나 하느님 안에서 얻는 기쁨은 다르다.

그 기쁨은 조용하고 깊으며, 빛처럼 스며든다.

고난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외로움 속에서도 우리를 지탱해 준다.

그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살려는 이에게 내리는 은총의 빛이다.

 

   오늘도 나는 마음의 창을 조금 열어 본다.

혹시 그 틈으로 주님의 빛이 스며들어 오지 않을까.

그 빛이 내 마음을 비치고, 내 안의 어둠을 걷어내며,

조용히 속삭인다.

기뻐하여라, 너는 이미 내 안에 있다.”

그 말씀을 들으며 나는 다시 다짐한다.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내 안에 와 있음을 믿고,

그 나라의 백성답게 오늘을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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