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의 니네베
본문
니네베는 한때 악명이 높았던 도시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타락과 폭력의 상징으로 여겼다. 요나는 그런 니네베의 멸망을 선포하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받았을 때, 마음 한구석에서는 그들이 마땅히 벌을 받기를 바랐다. 어쩌면 우리도 같은 마음을 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뜻밖에도 하느님은 단식하며 회개한 그들을 용서하셨다. 이번에는 요나가 분노하며 하느님께 따졌다. “그들은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조용히 말씀하신다.
“이 커다란 성읍 니네베를 내가 어찌 동정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이 말씀은 요나를 향한 꾸지람이자, 죄 많은 오늘의 나를 당신 품 안으로 부르시는 초대이기도 하다. 나는 얼마나 쉽게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곤 하는가. 때로는 누군가의 잘못이 드러났을 때,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은근한 만족감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던가! 그러나 그 순간, 하느님께서 내 마음 속에 조용히 물으신다.
“내가 너를 동정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 물음 앞에서 나는 부끄러워진다. 니네베는 멀리 있는 도시가 아니라, 내 안에 자리한 교만과 분노, 그리고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의 도시임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기도,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라는 구절은 바로 그 마음의 전환점이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신다는 것은 하늘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내 마음이 용서와 자비로 다스려지는 바로 그 순간에 이미 시작된다. 그리고 그 나라가 오기 위해서는 먼저 내 안의 니네베가 무너져야 한다. 분노 대신 연민이, 단죄 대신 이해가, 미움 대신 자비가 그 자리를 차지할 때, 하느님의 통치는 이미 내 삶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 하루, 나는 기도한다.
“주님, 제 안의 니네베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제 마음의 완고함을 녹이시고, 판단의 성벽을 허물어 주소서.”
그렇게 기도하며 다시 눈을 들면 세상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처럼, 미워하던 사람의 얼굴에도 하느님의 자비가 스며 있고, 나를 힘들게 하던 일조차도 나를 성장시키기 위한 하느님의 계획임을 느낀다. 그럴 때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하느님의 나라는 멀리 있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자비로 깨어난 마음 안에서 이미 오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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