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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떡이지?

제임스
2025-10-07 09:45 3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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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의 자리에서 느낀 풍성한 은총 ―

   새벽 공기가 아직 차가운 시간, 소성당 입구에 들어서자 떡 두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자 속에는 약 마흔 개 남짓한 떡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포장되어 있었다.
“웬 떡이지?” 

순간 궁금했지만 곧 신부님께서 미사 후에 나누시려 준비하신 것임을 알게 되었다. 신자들이 추석 선물로 드린 떡을 신부님께서 다시 신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성당으로 가지고 나오신 것이었다.

미사가 시작되자 새벽 어둠을 뚫고 모여든 사람들로 성당은 가득 찼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 미사가 끝나자 신부님께서는 잠시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혹시 떡이 부족하여 받지 못하신 분들은 3층으로 올라가세요. 그곳에 사과와 배, 포도와 차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함께 나누시면 좋겠습니다.”

그 말씀에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신자들이 신부님을 위해 준비한 선물을 신부님께서 다시 신자들과 나누신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60여 년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이런 장면은 처음이었다. 신자들 사이에서도 잔잔한 감동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문득 복음서의 오병이어 이야기가 떠올랐다.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빵 다섯 개로 수천 명을 먹이신 예수님의 기적.
물론 오늘의 떡과 과일은 그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그와 다르지 않았다.
  ‘형제 여러분, 조그만 것이라도 함께 나눕시다.
나누면 그 빈 곳을 주님께서 채워주십니다.’

오늘 주님은 떡으로, 과일로 채워주신 것이 아니라
풍성해진 마음의 여유와 따뜻함으로 채워주신 듯했다.
신부님과 함께 유과를 먹으며 차를 나누고,
사과와 포도를 나누던 그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아침식사였다.

성당 입구에 놓여 있던 작은 떡 두 상자는
그날 우리 공동체 안에 퍼진 사랑의 씨앗이었다.
나눔의 자리에는 언제나 기적이 피어난다.
그것은 배를 채우는 기적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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