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돌이켜, 본질로 돌아가다
본문
가을 들녘의 볕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오후, 문득 내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눈앞의 일들, 해결해야 할 비즈니스 문제들, 성당에서 맡은 봉사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는 늘 바쁘게 움직여 왔다.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의 중심이 희미해진다.
무엇을 위해 애쓰고 있는지,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을 때가 있다.
그때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마르타와 마리아가 예수님을 맞이한 두 자매 가운데 마르타는 분주하게 손님을 맞이했고, 마리아는 조용히 주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들었다. 마르타는 열심히 한 일이 헛된 것이 아니었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나는 그 말씀 앞에서 잠시 멈춰 선다.
신앙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봉사에 몰두하는 나머지,
정작 주님의 말씀 앞에 머무는 시간을 놓칠 때가 있다.
봉사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 지금 누구 곁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기도보다 일에, 주님보다 활동에 마음이 기울어 있지는 않은가.
그럴 때면 요나의 이야기가 겹쳐 떠오른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피하던 요나는 고래 뱃속에서 사흘 동안 어둠과 침묵 속에 갇혀야 했다.
시대를 역행하여 그곳에서 그는 마르타처럼 분주했던 자신을 내려놓고, 비로소 마리아처럼 하느님 앞에 머무는 법을 배웠다. 그 변화의 시간 이후, 요나는 니네베 사람들에게 회개의 말씀을 전했고, 니네베 사람들은 악한 길에서 돌아섰다.
그들의 회개는 단지 행동의 변화가 아니라, 마음의 방향 전환이었다.
하느님께 등을 돌리고 살던 그들이 다시 하느님을 바라본 것이다.
그 순간, 하느님께서도 마음을 돌리셨다.
벌을 내리시려던 마음 대신, 자비와 용서를 택하셨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의 변화된 마음을 기다리신다.
죄보다 큰 사랑으로, 심판보다 깊은 자비로 우리를 바라보신다.
그리고 오늘도 내 마음에 조용히 말씀하신다.
“제임스,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단 하나다.”
그 한 가지는 바로 주님께 마음을 돌이키는 일, 그리고 그분 앞에 잠시 머무는 일이다.
니네베의 회개와 마르타의 깨달음은 결국 같은 지점을 향한다.
‘돌이킴’, 그것은 단순한 후회가 아니라
내 마음의 중심을 다시 하느님께 두는 행위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의 내면은 평화를 되찾고,
세상의 분주함 속에서도 잃지 않는 고요를 얻게 된다.
오늘도 나는 내 안의 니네베를 바라본다.
욕심과 불안, 걱정으로 가득 찬 도시 한가운데서
나는 하느님께 향해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그리고 내 안의 마르타를 부드럽게 달래며
그분의 발치에 앉은 마리아처럼 잠시 머물 수 있을까?
주님, 오늘 나의 마음이 당신을 향해 돌아서게 하소서.
많은 일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한 가지,
당신만 바라보는 단순한 평화를 제게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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