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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리라

제임스
2025-10-06 07:47 4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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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이 들녘을 금빛으로 물들일 때, 농부는 굽은 허리를 펴고 땀으로 가꾼 결실을 거둔다. 입시생은 오랜 노력의 열매를 기다리고, 졸업을 앞둔 청년은 인생의 새로운 밭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들은 저마다의 타작마당을 가지고 있다. 인생의 들판에서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으며, 언젠가 수확의 때를 맞이한다. 그때 우리는 묻게 된다.

내가 들고 온 빈 주머니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가?”

그 주머니에는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성취만이 아니라, 언젠가 하느님 앞에 내어놓을 내 삶의 진실이 담겨야 한다.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용서의 눈물, 나눔의 손길 그것이 하느님께서 보시는 곡식이다. 요엘 예언자는 선포한다.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하리라.”

이 말은 단순한 풍년의 소식이 아니다. 메마른 땅에 비를 내리시고, 황폐한 들판에 다시 생명을 틔워 주시는 하느님이 축복하는 약속이다. 광야의 풀밭이 푸르고,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가 풍성한 열매를 맺으리라.” 사람의 손이 일군 밭이라도, 그 위에 내리는 비는 결국 하늘에서 온다. 우리가 자랑하는 모든 결실은 하느님이 내리신 은총의 물방울에서 비롯된 것이다.

요한 묵시록은 또 다른 수확을 말한다. 이번에는 곡식이 아니라 영혼의 추수다.

이제부터 주님 안에서 죽는 이들은 행복하다. 그들이 한 일이 그들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삶의 끝은 소멸이 아니라, 하느님의 낫이 우리의 영혼을 거두는 순간이다. 그 낫은 심판의 칼이 아니라, 고생 끝에 안식을 주는 자비의 손길이다. 세상이 알아주지 못한 사랑과 봉사가 하느님 앞에서는 가장 찬란한 열매가 된다.

루카 복음은 여기에 경고를 더한다.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사람의 생명은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큰 곳간을 짓고 재물을 쌓은 부자는 타작마당을 채웠으나, 영혼은 빈 창고였다. 수확의 기쁨은 하느님께 돌릴 때 완성되며, 참된 풍요는 쌓음이 아니라 나눔에 있다.

 

추석 명절의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풍요의 계절에 감사하며,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마음.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종종 그 반대다. 우리는 내 것을 나누기보다 부모의 것을 나누려 하고, 심지어 다툼과 분쟁, 심한 경우엔 죄악까지도 벌어진다. 나눔의 본 뜻은 내 것을 내어주는 데 있음에도, 우리는 남의 것을 나누려 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참된 풍요는 나의 몫을 떼어내어 이웃의 주머니를 채울 때 비로소 완성된다.

요엘의 풍요, 요한의 수확, 그리고 루카의 경고이 세 말씀은 하나의 진리를 향해 나아간다. 하느님 앞에서 가장 귀한 수확은 타작마당에 쌓인 곡식이 아니라, 그분 안에서 익어 가는 우리의 영혼이다. 그 영혼이 사랑으로 무르익을 때, 요엘의 예언은 우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고,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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