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기록된 이름, 영원한 기쁨
본문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길에는 수많은 상과 영예가 놓여 있었다. 교수로서의 연구 성과 덕분에 학계와 산업계, 국가 기관들로부터 여러 차례 상을 받았고, 대통령의 손에서 직접 훈장을 받던 순간도 있었다. 그때의 박수와 축하 속에서 잠시 마음은 벅차올랐지만, 그 기쁨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세월의 바람 속에서 하나둘 희미해지고,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거린다.
그러나 작은자매(가톨릭대학생동아리)들이 내게 건네주었던 한마디 칭찬은 다르다. 화려한 상장도, 빛나는 훈장도 아닌, 순수한 마음에서 흘러나온 따뜻한 말. 그것은 마치 봄날에 불어오는 산들바람처럼,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오래 머무른다. 하느님께 직접 들은 칭찬은 아니지만, 그분의 자녀들을 통해 전해진 말이기에 더 귀하고 더 소중하다.
사람의 삶에는 다양한 기쁨이 찾아온다. 성취의 순간, 인정의 자리, 오랜 노력의 결실. 그러나 그런 기쁨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잠시 빛나지만 곧바로 사라져 버린다. 우리의 마음은 또 다른 부족함과 염려에 휘둘리고, 방금 전의 환희는 안개처럼 흩어지고 만다.
바룩 예언자는 그런 우리에게 영원한 기쁨을 약속한다.
“하느님께서 너희를 구원하시고 너희에게 영원한 기쁨을 안겨 주시리라.”(바룩 4,29)
세상의 기쁨은 저물지만, 하느님께서 주시는 기쁨은 저물지 않는다. 그것은 한순간의 불꽃이 아니라, 꺼지지 않는 등불처럼 우리의 어두운 길을 밝혀 준다.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기쁨의 참된 자리를 가르치셨다.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루카 10,20)
눈앞의 성취와 능력에 들뜨지 말고, 더 깊은 차원의 기쁨을 바라보라는 말씀이다. 곧, 우리의 이름이 하늘에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 우리가 하느님께 속한 존재라는 변치 않는 진리다.
내 이름이 하늘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은 내가 남보다 잘 나서가 아니다. 그저 은총으로 불려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의 환호는 바람처럼 사라지지만, 하느님의 마음에 새겨진 이름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기쁨은 성취나 소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속해 있다는 단순하면서도 깊은 사실에서 솟아난다.
오늘 나는 다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무엇으로 기뻐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작은 성공에 들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실패와 상실 때문에 기쁨을 잃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이것 하나다. 나는 이미 하느님의 자녀로 불려져 있으며, 내 이름은 하늘의 책에 기록되어 있다는 것. 그 진리 앞에서 내 마음은 잔잔한 강물처럼 평화롭고, 별빛처럼 영원한 기쁨으로 물든다.
주님,
세상의 영광은 바람처럼 지나가지만,
제 이름을 당신 마음에 새겨 주신 은총은 결코 사라지지 않음을 믿습니다.
제가 순간의 성취에 흔들리지 않고,
하늘에 기록된 이름으로 기뻐하며 살게 하소서.
그 영원한 기쁨 안에서,
오늘도 당신을 찬미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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