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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걸어온 순간들

제임스
2025-10-03 07:42 7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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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까지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면, 나는 종종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걸어간 순간들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길 위에서 문득 들려오는 묵직한 울림이 있다.우리는 다른 신들을 섬기고, 주님의 눈에 거슬리는 일을 저지르며, 저마다 자기 악한 마음에서 나오는 생각대로 살아왔다.”(바룩 1,22) 이 말씀은 마치 오래된 거울 속에 비친 내 삶의 한 조각처럼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돌이나 금속으로 빚은 우상만이 다른 신은 아니다. 내 안에서 은근히 자리를 차지하며 나를 사로잡았던 것들, 세상이 성공이라 부르는 것들과 타인의 시선에 매달리는 욕망, 눈앞의 재물과 안락함이 어느새 작은 신이 되어 나를 끌어당기곤 했다. 겉으로는 신앙을 고백하면서도, 마음 깊은 자리에서는 하느님의 뜻보다 내 뜻을 우선시했던 순간들, 그것이야말로 바룩이 고백한 인간의 연약함이자, 오늘의 나를 고스란히 비추는 이야기다.

    루카 복음은 다시금 날카로운 빛을 비춘다. 나를 물리치는 자는 나를 보내신 분을 물리치는 사람이다.”(루카 10,16)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세상에 파견하시며, 그들을 받아들이는 일이 곧 당신을 맞아들이는 것이며, 더 나아가 하느님 아버지를 받아들이는 것임을 밝히신다. 제자를 거부하는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등지는 행위라는 경고다.
 

     나는 다시 묻는다. 내 삶에 파견된 이들을 나는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내 곁에서 들려오는 작은 충고,
따뜻한 손길,
혹은 귀에 거슬릴지라도 정직한 목소리조차도,
사실은 주님께서 보내신 초대의 손길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완고한 마음은 그 목소리를 외면하게 만들고, 그 순간 나는 주님을, 더 나아가 주님을 보내신 하느님을 거부하고 있었던 셈이다.

     믿음은 어쩌면 거창한 고백이 아니라 작은 환대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주님이 보내주신 이를 따뜻하게 맞이하는 일, 스쳐가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 그리고 자기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쫓으려는 작은 결단이 쌓여 신앙의 길이 된다. 바룩의 고백처럼 내 마음의 욕망에 매이지 않고, 루카 복음이 가르쳐 주는 대로 파견된 이를 받아들일 때, 그 순간 나는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나는 내 마음에 조용히 물어본다.

나는 지금 누구를 거부하며, 누구를 받아들이고 있는가?

여전히 마음은 작아 주님의 목소리를 닫아버릴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은 다시 사람을 통해, 말씀을 통해 내 곁에 다가오신다. 내가 그분을 알아보고 환대할 수 있는 눈과 귀, 그리고 닫히지 않은 마음을 다시금 청한다. 그 순간, 삶은 은총의 빛으로 물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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