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 있는 우리에게
본문
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 삶을 보호해 주는 어떤 힘이 있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해본 적이 있다.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제도적으로 참으로 어려운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앞뒤가 막혀 어디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것만 같을 때, 내 마음은 무너져 내렸고, 발걸음조차 옮기기 힘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이상하게도 그 위기의 순간이 어딘가로 흘러가 버리고, 나는 다시금 살아낼 힘을 얻고 있었다. 그것이 과연 나의 지혜와 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내 옆에서 나를 일으켜 세워 주었기 때문이었을까?
어릴 적 수녀님께 들었던 말씀이 지금도 선명하다.
“모든 사람의 등 뒤에는 항상 수호천사가 있어. 네가 어디를 가든지, 무엇을 하든지, 그 천사가 너를 지켜보고 하느님께 알려드린단다. 네가 묵주기도를 하다 잠에 들어 버리면, 천사가 네 대신 기도를 끝내 준단다.”
그 말씀은 어린 내 마음에 마치 동화처럼 들리면서도 깊은 안도감을 주었다. 그때는 단순한 위로였을지 모르지만, 세월이 흐르며 삶의 무게를 마주하게 된 지금은 그 말씀이 얼마나 큰 진리였는지 알게 된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성경 말씀은 바로 그 수호천사를 통해, 하느님과 내가 언제나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광야의 길은 늘 두렵다. 앞이 보이지 않고, 발아래 모래는 흩날리며, 사방에는 낯선 바람이 몰려온다. 탈출기의 이스라엘 백성처럼, 우리도 매일 각자의 광야 길을 걸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내일, 불확실한 선택, 때로는 홀로 서 있는 듯한 고독. 그러나 그 순간,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약속하신다.
“내가 너희 앞에 천사를 보내어, 길에서 너희를 지키고 내가 마련한 곳으로 데려가게 하겠다.” (탈출 23,20)
이 말씀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약속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천사는 앞서 가며 길을 닦고, 넘어질까 두려워할 때 팔을 벌려 우리를 붙들어 준다. 마치 빗속에서 우산을 씌워 주는 손길처럼,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보호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앞에 어린아이 하나를 세우시고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마태 18,4)
아이의 눈빛은 순수하다. 욕심이 앞서지도 않고, 계산으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부모를 믿듯 의탁하며, 작은 손으로 세상을 받아들인다. 예수님께서는 그 단순하고 겸손한 태도 안에서 하늘 나라의 비밀을 드러내신다. 그리고 이어서 말씀하신다.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 (마태 18,10)
작은 이들을 지키는 천사들이 바로 하느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는 말씀이다. 다시 말해, 작은 이를 업신여기고 무시하는 일은 곧 하느님 앞에서 행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작은 이를 존중하고, 어린아이처럼 낮아져 하느님께 의탁하라고 우리를 초대하신다.
나는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정말 내 곁에 보이지 않는 천사가 있다면, 그는 나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내가 흔들릴 때는 안쓰럽게 바라볼 것이고, 내가 기도할 때는 함께 무릎을 꿇을 것이다. 내가 다른 이에게 상처를 줄 때는 아파하며 하느님께 내 부족함을 알려드릴 것이고, 내가 사랑을 실천할 때는 기뻐하며 그 사랑을 하늘에 올려 드릴 것이다.
우리 모두가 이처럼 천사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본다면 세상은 얼마나 달라질까. 작은 이를 귀히 여기고, 겸손히 낮아져 주님께 기대어 살아간다면, 이미 우리 곁에 하늘 나라가 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광야 같은 세상 속에서도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천사가 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기도한다.
“주님, 제 앞서 보내신 수호천사의 발걸음을 따르게 하소서.
넘어질 때 일으켜 주시는 그 손길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리고 저도 어린아이처럼 단순히, 겸손히, 당신께 기대어 걷게 하소서.”
댓글목록2
레오님의 댓글
인자하신 주님께서 저를 수호천사께 맡기셨으니,
오늘 하루도 저를 비추시어 올바로 이끌어 주시고
어려울 때 도와주소서. 아멘.
제임스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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