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미사와 장지를 다녀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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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지인의 모친상으로 장지를 다녀왔습니다.
장지 앞에서 납골묘 안으로 유골함이 넣어지고 관 뚜껑이 납골묘를 덮는 순간, 마음속에 메아리처럼 울려온 말씀은 이러했다.
“하느님의 사람이여, 의로움과 신심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추구하십시오. 믿음을 위하여 훌륭히 싸워 영원한 생명을 차지하십시오.”(1티모 6,11-12)
죽음을 바라보는 자리는 슬픔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믿음을 굳게 붙들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부르심의 자리였다.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덧없음이 전부가 아니라, 그 너머에 주어질 영원한 생명으로 향하는 길임을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주님의 경고도 떠올랐습니다.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루카 16,31)
아무리 놀라운 표징이 있어도, 닫힌 마음은 부활의 빛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말씀입니다. 결국 믿음은 눈으로 보는 기적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겸손히 응답하는 마음과 순종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깊이 새기게 됩니다.
묘지 앞에서 연도를 바치며 나는 조용히 다짐했습니다. 언젠가 내 삶도 마지막 역에 이르겠지만, 그 길 끝에서 “부활이요 생명”이신 주님을 뵙기 위해 오늘을 믿음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가는 문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 하루하루도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영원으로 향하는 여정의 한 걸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장례미사와 장지까지 이어진 길은 단순한 배웅이 아니라, 죽음 너머의 희망과 부활의 약속을 확인하는 믿음의 길이었습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다시금 조용히 고백합니다.
“주님, 제 생명의 마지막까지도 당신을 믿으며 의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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