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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계시는 그리스도, 평화의 주님

제임스
2025-09-26 09:00 12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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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로 많은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 버리면서, 우리의 성전은 어느새 쓸쓸히 텅 빈 듯 황폐해졌습니다. 다시 교회를 일으키려는 이들의 노력은 마치 유배에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이 무너진 성전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던 모습과 겹쳐집니다. 돌 하나 세우는 일조차 버거운 손, 희망보다 두려움이 더 크게 자리한 마음. 그들에게 성전 재건은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무너진 삶과 잃어버린 희망을 다시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그때 예언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내가 너희와 함께 있으니 일을 하여라. 내가 이곳에 평화를 주리라.”
      바람에 스치는 속삭임 같기도 하고, 무너진 벽돌 위에 내려앉는 햇살 같기도 한 이 말씀은 절망에 기운 잃은 백성의 가슴에 작은 불씨를 지펴 주었습니다. 그분이 함께하신다는 약속만으로도 주저하던 손은 다시 움직였고, 무겁던 돌은 조금은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평화는 멀리 있는 결과가 아니라, 그분과 동행하는 걸음 속에서 이미 싹트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물으시던 장면이 이어 떠오릅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짧은 침묵 끝에 베드로는 고백했습니다.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의 대답은 단순히 머리로 익힌 정답이 아니었습니다. 함께 걷고, 함께 먹고, 함께 눈물을 닦아 주셨던 그 시간들에서 흘러나온 체험의 고백이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습니다. 가족 안에서 화해를 이룰 때,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틈을 메울 때, 그리고 내 마음 속 무너진 성전을 다시 세울 때―우리는 종종 힘에 부치고, 차라리 외면하고 싶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마다 들려오는 물음은 같습니다.
“너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예수님을 단순히 위로하는 스승으로만이 아니라, 내 삶의 주님이자 구원자로 고백할 때, 우리의 걸음은 달라집니다. 두려움은 용기로 바뀌고, 노동은 사명이 되며, 평화는 더 이상 먼 꿈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숨 쉬기 시작합니다.

결국, 하까의 약속과 루카의 물음은 하나의 길로 이어집니다.
“내가 너희와 함께 있다.”
“너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이 두 음성이 만나는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닫습니다. 그분이 곧 우리의 평화이심을.
 

     코로나 이후 텅 빈 성전은 어쩌면 우리가 외면해 온 그리스도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희망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 다시 성전이 세워지고, 그 안에서 주님을 향한 고백과 평화가 차오르기를 간절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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