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돌이켜 보라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길을 돌이켜 보라

제임스
2025-09-25 08:21 136 0

본문


 

너희는 이제 너희의 처지를 곰곰이 생각하여 보아라.(학개 1,5)

이 말씀은 마치 조용한 아침, 거울 앞에 선 나를 비추는 듯합니다. 분주한 하루를 시작하기 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지난날을 돌아보라는 초대입니다. 내 걸음은 어디를 향해 있었는지, 무엇을 소중히 품으며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 길 끝에는 어떤 열매가 맺혀 있는지를 묻습니다.

    살다 보면 우리는 저마다 자기 집을 꾸미는 일에 몰두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집은 단지 벽돌과 기둥의 문제가 아니라, 나만의 안락과 안전을 지키려는 작은 성벽이기도 합니다. 학개 예언자는 묻습니다. 너희는 너희 각자 자기 집을 지으려고 서두르면서, 이 집은 이렇듯 무너진 채로 두고 있느냐?(학개 1,9) 이는 우리가 삶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었는지를 비추어 주는 질문입니다.

   루카 복음은 또 다른 장면을 보여 줍니다. 그때에 분봉 왕 헤로데는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에 대하여 듣고 몹시 당황하였다.(루카 9,7) 권력의 정상에 선 그조차 예수님의 행적 앞에서는 불안을 느꼈습니다. 세상의 권좌가 주는 안정은 단단해 보였지만, 이미 그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빛과 생명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길을 돌이켜 보라는 초대와, 권력의 중심에서 당황하던 헤로데의 모습은 내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나 역시 불현듯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가 있습니다. 내가 쌓아 올린 성벽이 무너질까 두렵고, 붙잡고 있던 것들이 사라질까 불안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 순간이야말로 주님께서 내 삶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신다는 신호일지 모릅니다.

길을 돌이켜 본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거나 후회하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주님이 하시는 일을 알아차리는 눈을 갖는 것입니다. 두려움 대신 희망을, 안일 대신 주님의 집을 먼저 세우려는 결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나는 이 기도로 길을 시작합니다.

주님, 제가 걸어온 발자국마다 당신이 함께하셨음을 잊지 않게 하소서. 아직도 당황하며 머뭇거리는 제 마음을 비추어 주시고,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으로, 나의 성벽이 아니라 주님의 집을 세우는 삶으로 나아가게 하소서.”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적용하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
가톨릭출판사 천주교서울대교구 cpbc플러스 갤러리1898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굿뉴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신문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