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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잔치, 하나 됨의 기쁨

제임스
2025-09-21 22:33 15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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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하늘이 유난히도 높고 파란 날,
우리 성당 마당에는 잔치의 기운이 가득 차올랐다. 미사와 성체거동으로 은총의 문을 연 뒤, 주차장과 로비는 곧 작은 축제의 장으로 변하였다. 구역별로 차려진 점심상 앞에는 따뜻한 국물과 정겨운 막걸리 잔이 돌았고, 여기저기서 웃음꽃이 피어났다. 젊으신 신부님께서는 사목회 회장단과 함께 구역마다 돌며 힘찬 파이팅과 건배를 외치셨다. 지난번 구역 미사의 작은 일화까지 기억하고 계시어 모두를 놀라게 하셨으니, 신부님의 세심한 마음에 우리는 한층 더 가까움을 느꼈다.
 

    이날의 절정은 단연 장기자랑 무대였다. 십여개 팀의 공연은 정말로 환상적이었다. ‘댄싱퀸뮤지컬, 춤과 댄스로 엮은 써니’, 기도가 스며든 무용, 장고 춤까지 다양한 공연을 펼쳤다. 무대 위에서 쏟아지는 열정은 그 자체로 예술이었고, 음향의 울림과 리더들의 탁월한 연출이 더해져 두 시간 내내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정말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든 공연이었다.

    그러나 우리 모두를 가장 놀라게 한 순간은 부주임 신부님의 무대였다. 청년들과 함께 한 달 만에 꾸린 밴드가 붉은 노을을 연주하자, 성당 안은 곧바로 뜨거운 떼창의 장으로 바뀌었다. 신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펄쩍펄쩍 뛰며 열광적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도 함께 웃고 계신 듯한 장관이었다. 십자가상의 예수님께서도 순간 깜짝 놀라셨을 것만 같았다.


    마지막 무대는 신부님
, 수녀님, 사목위원들이 함께 꾸민 아파트였다. 특히 두 분 수녀님의 익숙한 춤사위는 모두의 미소를 자아냈고, 언제 저런 춤을 다 배우셨을까! 기도만 하시는 분들이라고 생각한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해주셨다. 성당 가득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사회자의 재치 있는 멘트는 하루 종일 지친 이들의 마음을 환히 밝히며, 축제를 더욱 빛나게 했다. 뿐만 아니라 넉넉히 준비된 선물과 경품은 또 다른 기쁨을 더해주었지만, 무엇보다 값진 선물은 우리가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일이었다.
 

    잔치가 끝난 뒤에도 마음 한구석은 오래도록 따뜻했다. 서로의 노고를 기꺼이 나누고, 한 마음이 되어 노래하고 춤춘 이 날은 단순한 흥겨움이 아니라 공동체가 더욱 굳건히 서는 순간이었다.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성당, 이웃에게는 따뜻한 동네의 성당이 되리라는 희망이 우리 안에 가득 찼다.

가을의 깊은 하늘처럼, 우리 공동체의 마음도 더없이 맑고 넉넉하게 물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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