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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로 맺는 열매

제임스
2025-09-20 09:31 13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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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농사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계절의 흐름이 어긋나고, 기후가 예측할 수 없이 변덕을 부립니다. 거기다 환경 오염까지 겹쳐, 땀 흘려 일군 밭에서도 예전처럼 풍성한 수확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농부들은 이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단지 농업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든 산업이, 더 나아가 우리의 삶 전체가 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지켜 내고, 후대에도 물려줄 수 있는 길을 찾는 것.

   신앙도 이와 비슷합니다. 흔히 믿음을 “여정”이라고 부릅니다. 길에는 햇살 좋은 날도 있지만, 갑작스레 비바람이 몰아치는 순간도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이렇게 당부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까지 흠 없고 나무랄 데 없이 계명을 지키십시오”(1티모 6,14). 흠 없다는 것은 완벽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고, 흔들려도 포기하지 않는 삶. 바로 그것이 흠 없고 나무랄 데 없는 신앙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통해 “좋은 땅”을 말씀하셨습니다.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루카 8,15). 그러나 좋은 땅이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돌을 골라내고, 잡초를 뽑아내며, 땀 흘려 가꿀 때 비로소 씨앗은 뿌리내립니다. 우리는 흔히 유아 세례를 받거나 오래 신앙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좋은 땅에 뿌려진 씨앗’으로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열매가 맺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의 복음은 바로 그 오해를 깨뜨립니다. 열매는 인내와 돌봄을 통해서만 맺히는 것입니다.

    돌아보면 우리 삶에도 계절이 있습니다. 봄처럼 설레는 순간이 있었고, 여름처럼 힘겨운 시기도 있었습니다. 가을에 이르면 작은 충실들이 모여 열매가 되고, 겨울이 닥쳐도 그 열매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신앙은 결국 흠 없이 지켜낸 인내의 기록이며, 하느님 앞에 드려지는 삶의 열매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밭을 갈아야 합니다. 눈에 띄는 열매가 없을 때도 있고, 땅이 척박해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씨앗은 이미 뿌려졌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합니다. 말씀을 붙들고, 흔들리지 않으며, 인내로 길을 걷는 것. 언젠가 주님께서 오실 그날, 우리의 작은 열매가 그분께 기쁨이 되기를 희망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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