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 있는 삶, 자라나는 사랑-사랑은 늘 도망가!
본문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늘 깨어 있어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단순히 잠을 자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의 하루가 허투루 흘러가지 않도록, 맡겨진 자리를 성실히 살아가라는 초대입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삶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충실하려는 태도를 말합니다. 언제 주님께서 오시더라도 부끄럽지 않도록, 사랑과 책임을 다하는 것―그것이 곧 깨어 있는 삶입니다.
그런데 깨어 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중심에는 반드시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테살로니카 교회 신자들을 위해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여러분이 서로 지니고 있는 사랑과 다른 모든 사람을 향한 사랑을 주님께서 더욱 자라게 하시고 충만하게 해주시기를 빕니다.”
이미 그들 안에는 사랑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도는 그 사랑이 더 멈추지 않고 자라나기를 원했습니다. 사랑은 생명과 같아서 자라지 않으면 시들고, 성장하지 않으면 메말라 버리기 때문입니다. 머무르는 사랑은 금세 사라지지만, 끊임없이 자라나는 사랑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가수 임 영웅이 부른 “사랑은 늘 도망가”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사도 곡도 아름답지만, 신앙의 눈으로 보면 사랑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늘 움직이고 자라나는 것은 아닐까요?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랑, 때로는 잡히지 않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성장하고 확장되는 사랑.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붙잡는 대신, 사랑이 흘러가도록 내어주고, 더 멀리 뻗어나가도록 맡겨야 하는지 모릅니다.
사랑이 자란다는 것은 그 범위가 넓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가까운 이웃과 나를 사랑해 주는 이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낯선 이, 심지어 나를 힘들게 하는 이에게 까지 흘러가는 것―그것이 하느님의 사랑을 닮은 모습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힘 만으로는 그 사랑을 넓히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도는 “주님께서 사랑을 자라게 해주시기를” 기도했습니다. 사랑은 내 결심으로만 커지지 않고, 오직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만 자라납니다.
예수님은 또 다른 자리에서 말씀하십니다.
“깨어 있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충실하고 슬기롭게 일하고 있는 종!”
깨어 있는 삶과 사랑의 성장은 결코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사랑은 깨어 있는 삶 속에서 현실이 되고, 깨어 있음은 사랑 안에서 빛을 발합니다. 사랑 없는 깨어 있음은 경계심으로 굳어지고, 깨어 있지 않은 사랑은 금세 식어 자기중심적 애정으로 축소되고 맙니다.
그러므로 신앙인의 하루는 이 두 가지를 함께 살아내는 자리입니다. 성실히 깨어 있으면서, 동시에 사랑이 끊임없이 자라나도록 주님께 맡기는 삶. 그럴 때 우리의 일상은 주님 안에서 충만해지고, 우리의 삶은 작은 씨앗처럼 자라나 마침내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일을 책임 있게 감당하며, 가족과 이웃, 낯선 이를 대할 때마다 사랑이 조금 더 넓어지기를 기도합니다. 그 속에서 주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충실한 종으로 살기를,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참된 행복을 누리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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