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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10.23)의 독서 말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가 참아 주는 일 : 에페소서 (4,1-6)

제임스
6시간 49분전 1 0

본문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와 이웃, 그리고 신앙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그러나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의 차이가 드러나고

사소한 말 한마디가 서운함으로 남기도 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오히려 상처를 주고받는 일도 생긴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며 관계를 지켜 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 신자들에게 이렇게 권고한다.

“여러분이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바오로는 자신을 ‘주님 안에서 수인이 된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기보다 신자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특별한 능력이나 뛰어난 업적이 아니다.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

겸손과 온유, 인내와 사랑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덕목이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겸손하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무조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태도다.

온유함은 약한 사람이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면서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다.

 

우리는 흔히 사랑하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랑하기 때문에 더 많이 참아야 하는 순간이 있다.

상대방의 부족함을 알면서도 기다려 주고,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보더라도 쉽게 판단하지 않는 일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대학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면서 이러한 사실을 경험했다.

같은 목표를 향해 일하면서도 사람마다 생각과 일하는 방식이 달라 의견이 충돌하곤 했다.

자신의 주장만 앞세우면 작은 문제도 갈등으로 커지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 하면 해결의 길이 열리기도 한다.

함께 일하는 능력은 자신의 주장을 얼마나 잘 관철하는가보다, 

서로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교회 공동체에서도 우리는 모두 같은 하느님을 믿고 같은 미사에 참여하지만,

신앙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봉사에 대한 생각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오랫동안 봉사한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고,

새롭게 참여한 사람은 새로운 변화를 원하기도 한다.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으면 하느님을 섬기기 위해 모인 공동체 안에서도 갈등이 생긴다.

바오로가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라고 한 것은 이러한 인간의 모습을 잘 알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일치를 이루라는 말씀보다 이미 성령께서 이루어주신 일치를 보존하라는 것이다.

우리가 노력해서 처음부터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한 공동체로 불러 주셨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일치는 누군가의 능력으로 만들어 내는 성과가 아니라,

서로가 소중하게 지켜야 할 은총이다.

바오로는 그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다.

“주님도 한 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며 세례도 하나이고, 만물의 아버지이신 하느님도 한 분이십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성격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세례를 받고 한 분이신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교회 안에서 누가 더 오래 봉사했는지,

누가 더 중요한 역할을 맡았는지를 따지는 일보다

서로를 형제자매로 받아들이는 일이 먼저여야 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러한 말씀의 의미가 더욱 깊이 다가온다.

젊었을 때에는 자신의 뜻을 이루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관철하는 일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오래된 서운함을 풀며,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나누는 일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랜 친구들과 만나면 서로의 생각이 달라도 그것을 굳이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건강을 염려하며,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된다.

세월이 가르쳐 준 지혜 가운데 하나는

모든 의견 차이를 해결해야만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때로는 자신의 주장을 내려놓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길이 되고,

상대방의 부족함을 참아 주는 것이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이 된다.

 

참된 일치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데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분이신 하느님 안에서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 데서 시작된다.

오늘도 겸손과 온유, 인내와 사랑으로 내가 속한 공동체의 평화를 지키며,

성령께서 맺어 주신 소중한 인연들을 끝까지 아름답게 가꾸어 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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