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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청년대회를 기원하며]

제임스
13시간 17분전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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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여름, 우리 성당에 내가 아는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리스본으로 떠난다고 했다. 어린 나이에 먼 길을 떠나는 그 마음이 기특하여 따뜻한 격려의 말을 건넸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열흘 남짓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난 그의 모습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조용하고 내성적이던 그 학생은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밝아졌고, 자신감이 배어 있었으며, 말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려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엇을 느끼고 왔니?”그의 대답은 단순했지만 깊었다. “인생의 방향을 확실히 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신학교에 진학하여 사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결심처럼 들렸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마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품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만 확신이 부족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교황님을 직접 뵙고, 수많은 젊은이들과 함께 신앙을 체험하는 가운데 그 마음이 하나로 모였다고 했다. 마치 흐릿하게 보이던 길이 아주 선명해진 것처럼, 자신의 삶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친구는 신학교에 진학하였고 현재 군 복무중이다
20여 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중계동 성당에서 청소년 분과장을 맡고 있던 시절, 몇몇 젊은이들이 같은 대회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들 역시 돌아온 뒤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더 적극적으로 봉사에 참여하고, 신앙 안에서 자신의 삶을 새롭게 정리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때 한 젊은이가 했던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그곳에서 받은 충격이 제 삶을 바꾸었습니다.”
‘충격’이라는 표현이 조금은 과장된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것은 은총이 우리를 흔들어 깨우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너무 익숙하게 살아가기에, 삶의 방향을 깊이 묻지 않고 지나칠 때가 많다. 그러나 어떤 특별한 만남, 어떤 강렬한 체험은 우리를 멈추게 하고, 다시 생각하게 하며, 결국 새로운 길로 나아가게 한다.
그리고 이제 그 세계청년대회가 2027년 8월, 서울에서 열린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면서도 한편으로는 깊은 책임감이 느껴진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모여드는 청년들이 이 자리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어떤 결심을 하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이 행사는 단순한 국제행사가 아니라 하나의 ‘영적 사건’임을 깨닫게 된다.
이를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 본당에서도 작은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성화를 각 가정으로 순환시키며 대회의 성공을 위해 기도하는 일이었다. 토요일 아침, 그 성화가 우리 집에 도착했다. 특별할 것 없는 작은 불빛이었지만, 그 앞에 서니 마음이 절로 가라앉았다. 하루 동안 그 성화 앞에서 조용히 기도를 드렸다. 우리 젊은이들을 위해, 이 땅을 위해, 그리고 하느님께서 이루실 일을 위해.
일요일 아침, 나는 그 성화를 이웃에게 전해주었다. 아주 작고 단순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이 작은 행동이 하나의 큰 흐름 속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작은 빗방울들이 모여 대지를 적시듯, 우리의 작은 기도와 관심이 모여 큰 은총의 자리가 준비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앙은 때로 거창한 결단 속에서 드러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작은 실천 속에서 자라난다. 성화를 건네받고, 기도하고, 다시 전하는 이 단순한 행위 속에서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로 연결되고, 하나의 마음으로 준비하게 된다.
나는 그 고3 학생의 변화를 떠올리며 조용히 기도해 본다.
2027년 서울에서 열릴 이 대회가 또 다른 수많은 젊은이들의 삶을 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흔들리고 방황하던 이들이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두려움 속에 있던 이들이 용기를 얻으며,
무관심 속에 있던 이들이 사랑을 체험하게 되기를.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이,
어쩌면 지금 우리가 드리는 이 작은 기도에서 비롯될지도 모른다.
작은 불빛 하나가 어둠을 밝히듯,
작은 믿음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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