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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되는 인간과 참된 행복

제임스
22시간 41분전 1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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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오로는 자신의 신앙 체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고백합니다.

“새 인간은 자기를 창조하신 분의 모상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워지면서 참지식에 이르게 된다”(콜로 3,10-11).

신앙인의 길은 한 번의 결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조금씩 새로워지는 여정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닮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면 깊숙한 곳에서 새로운 숨결이 피어나는 경험입니다. 마치 겨울 가지 끝에서 어느 날 문득 움트는 연두빛 새싹처럼, 우리의 삶도 은총 안에서 끊임없이 다시 태어납니다.


바오로는 이어서 “그리스도만이 모든 것이며 모든 것 안에 계신다”고 단언합니다. 우리가 노력해서 얻는 성취가 아니라, 그분이 우리 안에 머무실 때 이루어지는 변화. 그것이 바로 은총의 열매입니다.

루카 복음은 이 은총이 먼저 누구에게 주어지는지를 알려 줍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카 6,20).

세상은 부와 권력을 가진 이를 행복하다고 부르지만, 예수님은 오히려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 하느님만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이들을 참으로 행복하다 말씀하십니다. 가난은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전적으로 하느님께 맡기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종종 수녀님들의 청빈한 삶을 바라보며 그 참된 가난을 느낍니다.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토큰 두 개를 손에 쥐고 길을 나서시는 모습. 그 소박한 몸짓 속에는 세속적 계산의 흔적이 없습니다.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처럼 가볍고 자유롭습니다. 두 개의 작은 동전이지만, 그 속에는 이미 충분하다는 믿음, 하느님께서 채워 주신다는 평온한 확신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장면 앞에서 제 마음은 저절로 숙연해집니다. 늘 더 많이 쥐고, 더 안전하게 쌓아두려 애쓰는 제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길. 순간 부끄러움이 스치지만, 동시에 감사와 배움이 마음을 적십니다. 비워낼수록 오히려 더 충만해지는 역설,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오히려 모든 것을 누리게 되는 신비를 수녀님들의 삶이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새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움켜쥐는 손을 펴는 일입니다. 내려놓고, 비우고, 그 빈자리로 그리스도를 맞아들이는 일입니다. 그렇게 매일 새로워지고, 그분 안에서 참된 지혜와 행복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바로 하느님 나라의 삶이며, 오늘 우리 모두에게 주어지는 초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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