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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묻히고, 함께 살아나며, 함께 치유하는 삶

제임스
2025-09-09 08:55 2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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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 바오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세례 때에 그리스도와 함께 묻혔다”(콜로 2,12). 이는 단순히 물에 잠기는 의식이 아니다. 옛사람이 무너지고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근본적 전환을 뜻한다. 사람이 온전히 물에 잠기면 결국 숨이 끊어져 죽음에 이른다. 그러나 물에서 다시 나올 수 있다는 것은 곧 생명을 되찾아 새로운 숨을 쉰다는 말이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건너가는 이 변화야말로 바로 부활의 표징이다.

    세례는 단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매일매일 되풀이되어야 하는 삶의 태도이다. 어제의 나를 묻고 오늘 새로운 나로 살아가는 것, 더 이상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마치 AI에게 답을 요구하면 요구할 때마다 업그레이드된 정보로부터 계속 새로운 답이 제공되듯이 끊임없이 새로운 데이터를 받아들이며 과거를 넘어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듯, 우리도 멈추지 않고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 그러나 그 변화의 원천은 단순한 지식이나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매일 새롭게, 또 다른 차원의 삶으로 초대받는다.

 

     루카 복음은 또 다른 길을 보여준다. 전능하신 예수님께서 기도하실 필요가 있을까? 모든 것을 가지신 분이지만, 그분은 밤을 새워 기도하시며 아버지와 깊이 일치하셨다(루카 6,12). 이는 아버지와 하나 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보여주신 것이다. 그 친밀한 기도에서 흘러나온 힘은 곧 치유의 사랑으로 이어졌다. “예수님에게서 힘이 나와 모든 사람을 고쳐 주셨다”(루카 6,19) 는 말씀은, 기도의 깊이가 곧 사랑의 넓이가 됨을 드러낸다.

     우리도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 묻혔다가 다시 태어난 존재다. 그 생명은 기도를 통해 날마다 되살아나며, 그 힘은 다른 이들에게 흘러가 치유와 위로가 된다.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것은 곧 내 삶이 새로운 생명과 희망의 통로가 된다는 뜻이다.

     오늘 하루,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 우리는 내 안의 기도를 통해 솟아나는 그리스도의 힘으로 누군가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은총의 도구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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