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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복음 말씀] 제자를 파견하며

제임스
2026-01-25 21:56 17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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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 말씀은 어떤 특별한 사명을 받은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태도에 대한 초대로 읽힌다.


예수님께서 일흔두 제자를 보내시며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은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는 탄식이었다.
이는 뛰어난 사람이나 준비된 사람,
말 잘하는 사람을 찾고 계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앞뒤를 재지 않고 나설 수 있는 사람,
계산보다 응답이 빠른 사람을 찾고 계신다는 말씀이다.
, 자기 삶을 잠시 내려놓고 타인의 삶 곁으로 이동하려는 사람이 적다는 고백이다.


사랑받지 못한 자리,

돌봄이 미치지 못한 관계,
치유되지 않은 마음이 여전히 많다는 이 탄식 앞에서,
우리는 세상을 비판하기보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그 일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서 있는가.”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많은 것을 준비하라고 하지 않으신다.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라고 하신다.
이는 무책임한 방랑을 뜻하지 않는다.
주님을 믿는 사람의 삶이란,
무엇으로 자신을 보호하느냐보다
누구를 의지하며 살아가느냐의 문제임을 일깨우는 말씀이다.
가진 것으로 설득하려 들지 말고,
지위나 말솜씨로 자신을 증명하려 하지 말라는 요청이다.
그저 하느님께서 이미 일하고 계신 자리에 빈손으로 합류하라는 부르심이다.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라는 인사 또한 단순한 예절이 아니다.
주님을 믿는 사람은 어디를 가든 평화를 가져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말이 많아서도, 행동이 크기 때문도 아니다.
그 사람이 머무른 뒤에 공기가 조금 부드러워지고,
관계의 날이 조금 무뎌진다면, 이미 평화는 전해진 것이다.
그 평화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상처받거나 다투지 않는다.
평화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 건네고 돌아설 수 있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또 분명히 말씀하신다.
차려 주는 음식을 먹어라.”
신앙인은 세상을 바꾸러 온 심판자가 아니라,
함께 식탁에 앉는 손님이다.
조건을 따지지 않고, 평가하지 않으며,
주어진 것을 감사히 받는 태도 속에서 복음은 말보다 먼저 전해진다.
신앙이 삶에 스며드는 순간은 대개 설교의 자리보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시간을 견디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수님은 말하라고 하신다.
하느님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다.”
이 선언은 미래의 약속이면서 동시에 현재의 책임이다.
신앙인은 하느님 나라를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나라가 이미 가까이 와 있음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다.
병자를 고치라는 말씀 또한 기적의 능력을 요구하기보다,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 고통 앞에서 자리를 지키는 자세를 뜻한다.

이 말씀 전체를 관통하는 신앙인의 자세는 분명하다.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많이 의지하는 사람.
앞서가는 사람이 아니라, 둘씩 함께 걷는 사람.
세상을 정복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평화를 들고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다.

신앙은 결국 어디까지 갔느냐가 아니라,
어떤 모습으로 다녀왔느냐로 증명된다.

이 말씀은 오늘도 우리를 조용히 밖으로 내보내며 묻는다.

너는 무엇을 들고 가려 하느냐,
아니면 누구를 믿고 가려 하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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