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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버지 ― 성령의 자유 안에서

제임스
2025-10-27 08:47 1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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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경 말씀(로마서 815절과 루카 복음 1312, 16절)에 대한 묵상 수필입니다.

 

아빠라는 부름에는 두려움이 없다. 그것은 무한한 신뢰와 친밀함의 언어다.

어린아이가 넘어졌을 때 본능적으로 외치는 아빠!”라는 한마디 속에는,

보호받고 있다는 확신과 사랑받는 존재라는 자각이 담겨 있다.

인간이 하느님을 그렇게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자유의 증거다.

종의 마음이 아니라 자녀의 마음으로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성령이 주시는 해방의 시작이다.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허리가 굽어 있던 여인을 고치시며 말씀하신다.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그분의 이 말씀은 단순히 육신의 병을 낫게 하는 선언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사회적 편견과 죄책감 속에 굽혀 있던 한 영혼이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율법을 앞세워 그 행위를 비난했지만,

예수님은 단호히 말씀하신다.

안식일일지라도 그 속박에서 풀어 주어야 하지 않느냐?”

율법의 조항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명이며,

규칙보다 더 우선되는 것은 사랑이었다.

그날 예수님의 손길은 한 여인의 허리를 펴주었을 뿐 아니라,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억눌린 마음을 일으켜 세웠다.

성령의 자유는 바로 그곳에서 피어난다.

성령은 인간을 단지 제도나 규율의 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는 존재로 다시 서게 하는 힘이다.

아빠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용기,

그것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된 자유의 표지다.

 

우리의 삶에도 보이지 않는 굽은 허리가 있다.

삐뚤어진 양심일 수도 있고,

세상의 기준과 남의 시선을 의식한 허례와 교만,

또는 스스로 만들어낸 두려움일 수도 있다.

때로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과거의 실수에 대한 죄책감이 마음의 척추를 서서히 휘게 만든다.

그럴 때 예수님의 말씀이 우리를 향해 들려온다.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그 말은 곧 너는 두려움에서 벗어났다.

너는 나에게서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선언이다.

성령이 우리 안에 오실 때, 인간은 다시 일어선다.

하느님을 멀리서 두려워하며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자녀의 마음으로 그분께 달려가 아빠아버지.”라 부를 수 있게 된다.

그 부름 속에는 이미 치유가 있고,

그 외침 속에는 자유가 있다.

 

교황님이 한국을 방문하셨을 때,

광장 가득 모인 우리 모두는 한목소리로 “Papa!”를 외쳤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던 그 마음,

그 따뜻한 외침 속에는 바로 이 성령의 감정이 깃들어 있었다.

‘Papa’라 부르는 그 부름에는 단순한 존칭이 아니라,

사랑과 신뢰, 그리고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기쁨이 스며 있었다.

 

오늘도 나는 마음속에서 조용히 그 이름을 불러본다.

아빠, 아버지.”

그 순간 모든 두려움은 조금씩 풀려나고,

굽은 영혼은 서서히 일어난다.

사랑이 내 안에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안다.

그것이 바로 성령의 힘이며,

예수님께서 주신 참된 자유의 기쁨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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