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인내가 이끄는 두 번째 봄
본문
오늘의 성경말씀(루카 13,1-9)에 대한 묵상수필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반에서 한 친구가 남의 물건을 훔친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조용히 말씀하셨다.
“지금이라도 돌려주면 용서하겠다.”
그러나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선생님은 우리에게 책상과 걸상을 뒤로 밀게 하시고
“나와서 모두 손을 들고 눈을 감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주머니를 살피셨다.
숨죽인 교실 안에는 오직 발소리만 들렸다.
한참이 지나 선생님은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주인에게 돌려주셨다.
그날은 누구의 이름도 거론되지 않았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는데, 선생님은 중간에 이미 물건을 찾으셨지만
누가 훔쳤는지 감추기 위해 끝까지 모든 학생을 돌며
손을 넣었다 빼는 행동을 반복하셨다고 한다.
얼마 후, 그 친구는 선생님을 찾아가 고백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리고 제 이름을 부르지 않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놀라시며 말씀하셨다.
“너였구나? 사실 나도 몰랐단다. 나도 눈을 감고 돌았거든.”
그 친구는 울먹이며 말했다.
“선생님은 정말 훌륭하신 분이에요.”
우리는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벌하시기보다,
잘못을 뉘우치는 사람을 따뜻하게 감싸 주신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루카 13,3)
이 말씀은 꾸짖음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사랑의 초대이다.
우리는 남의 죄를 쉽게 판단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지금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는가?”라는
하느님의 물음을 듣지 못할 때가 많다.
회개는 단순히 잘못을 후회하는 감정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은총의 전환이다.
죽은 나무가 다시 싹을 틔우듯, 하느님은 우리를 향해 새로운 생명의 계절을 열어 주신다.
그것이 바로 ‘두 번째 봄’이다.
첫 번째 봄은 우리가 세례를 받고 믿음을 얻은 순간이지만,
두 번째 봄은 하느님의 인내와 자비로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다.
심판이 아니라 기다림,
정죄가 아니라 회복으로 이끄는 그분의 사랑 안에서
우리의 영혼은 다시 꽃을 피운다.
오늘 나는 그 말씀 앞에 다시 선다.
세상을 탓하기보다 내 자신을 돌아보며,
내 삶이 회개의 열매를 맺어
하느님 나라의 밭에 향기를 더하는
작은 무화과나무가 되기를 바란다.
“올해만 그냥 두십시오.”
하느님은 지금도 우리의 열매를 기다리신다.
그 기다림이 바로, 사랑의 인내가 이끄는
두 번째 봄이다.








댓글목록0
댓글 포인트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