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사랑의 길
본문
지혜서의 말씀은 이렇게 선포합니다.
“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과 함께 사랑 속에 살 것이다”(지혜 3,9).
신앙의 길은 결국 사랑 안에 머무는 길입니다. 그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주님을 신뢰할 때 비로소 드러나는 진리입니다. 삶의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주님께 온전히 마음을 맡길 때, 우리는 진리와 사랑의 품 안에서 평화를 얻게 됩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인들에게 이렇게 고백합니다.
“죽음도 삶도…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로마 8,38-39).
이 말씀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희망의 뿌리입니다. 세상의 어떤 권세도, 어떤 고통도, 어떤 단절도 우리를 하느님의 사랑에서 끊어낼 수 없습니다. 인간은 나약하기에 더욱 예수님에게 의존함은 끝내 사랑의 끈을 끊을 수 없고, 죽음마저도 그 사랑 앞에서는 패배합니다. 그분의 사랑은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한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선조 순교자들이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그렇게 굳건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이야기 하신 하늘나라에 대한 믿음 때문에 도저히 배교를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랑에 이르는 길은 언제나 쉽지만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주님의 사랑에 동참하는 길은 곧 제 십자가를 지는 길입니다. 나의 욕심을 내려놓고, 나의 교만을 버리며, 날마다 십자가의 길 위에 자신을 올려놓는 일. 그것은 무거운 짐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걷는 사랑의 길이기에 결국 생명으로 이어집니다.
오늘 우리가 붙들어야 할 진리는 단순합니다. 주님을 신뢰하는 이는 진리를 깨닫고, 그 사랑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십자가는 고통의 표징이지만 동시에 사랑의 표징이며, 그 사랑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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