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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촌 티모데오 주교님을 추모하며

제임스
2025-08-15 06:30 7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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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봉사, 그리고 기억 속의 주교님

19km의 발걸음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 동남아시아에서는 외출이 금지되어 끼니를 잇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그들을 기억하며 뜻을 모아 ‘19km 걷기’ 행사가 제안되었다.
한마음 운동본부 직원들과 네 분의 신부님, 그리고 유 주교님을 포함한 20여 명이 명동성당을 출발해 청계천을 따라 한양대를 거쳐, 한강길을 지나 절두산까지 걷는 코스였다.

출발은 모두 함께했지만, 주교님께서는 주교회의 일정이 있어 마치 마라톤 선수처럼 빠른 걸음으로 앞서 나가셨다. 나는 걷는 도중 발바닥이 아파 신발과 양말을 갈아 신었지만, 피로는 여전했다. 애초 목표는 19km였으나, 누군가 1.9km를 더 걷자고 제안했다. 결국 우리는 명동으로 되돌아와 을지로 3가 골목의 맥주집까지, 도합 25km를 완주했다.
그날의 시원한 맥주와 치킨은 피로를 단숨에 잊게 했고, 주교님은 회의를 마치신 뒤 합류하셔서 함께 잔을 기울이시며, 기꺼이 모든 비용을 대신 지불해 주셨다.

명동밥집 봉사의 시작

그날의 긴 여정은 내게 뜻밖의 인연을 선물했다. 명동밥집 운영에 필요한 식자재를 식품회사에 요청해 후원을 받아 전달하는 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하계동 본당에서는 장 발렌티노 형제님이 꾸준히 봉사해 주셨고, 그는 4년째 명동밥집에서 변함없는 손길을 보태고 있다. 여러 자매님들도 함께 봉사의 기쁨을 나누었다.

함께한 순간들

주교님과의 인연은 그 후로도 이어졌다. 하계동 성당 설립 30주년 기념행사, 견진성사, 그리고 본당신부님의 모친 선종 때에도 찾아와 축하와 위로를 전해 주셨다.
청렴하고 검소하게 생활하신 주교님은, 본당에서 마련한 식사 자리에 거의 참석하지 않으셨다. 단 한 번, 바다가재 요리를 대접받으시던 날에는 즐겁게 담소를 나누시며 환하게 웃으셨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러나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는 신자들과 함께 간절히 쾌유를 기도했지만, 끝내 주님께로 부르심을 받으셨다. 우리가 19km를 걸을 때 주교님이 앞서 가시며 “형님 먼저 간다” 하시던 말씀이, 이제는 이 세상을 떠나 주님 곁으로 향하신 걸음을 떠올리게 한다.

마음속의 기도

주교님의 따뜻한 미소, 반갑게 맞이하시던 인사, 성실한 삶, 그리고 함께 걸었던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길이길이 주님의 평화와 안식 속에 머무르시길, 마음 깊이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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