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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 말씀] 기다림이 품이 되는 날

제임스
2026-02-02 10:22 15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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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성전은 특별히 붐비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의식도, 눈길을 붙드는 기적도 없었다. 마리아와 요셉은 그저 율법에 정해진 날을 맞아  아기를 안고 예루살렘으로 올라왔을 뿐이다. 

정결례의 날, 첫아들을 주님께 봉헌하는 날. 

그들은 율법이 요구하는 만큼만 준비했고,  

가난한 이들이 바치는 산비둘기 제물을 조용히 내놓았다. 

신앙은 종종 이렇게 시작된다. 

대단한 결심이나 감동이 아니라,  

해야 할 자리를 놓치지 않는 성실함으로. 

하느님은 그 단정한 순종의 한가운데서 오신다. 


성전 한켠에 시메온이라는 노인이 있었다. 그는 오래 기다려 온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기다림에는 조급함이 없었다. 자신의 소원이 아니라,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그는 세상이 조금씩 늙어가는 모습을 보았고, 약속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배웠을 것이다. 


그날 그는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들어온 한 아기를 보았다. 아무도 특별히 주목하지 않던 아기, 울음소리조차 성전의 소음에 묻혔을 아이. 

그런데 시메온은 알았다. 

기다림이 길었던 사람만이 알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 

그는 그 아기 안에서 하느님의 구원을 보았다. 


그는 아기를 품에 안았다. 

말보다 먼저 팔이 움직였을 것이다. 

오랜 기다림이 이제는 내려놓아도 된다는 확신이 그 작은 몸의 무게로 전해졌을 것이다. 

“이제야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더 붙잡지 않는다. 더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신앙이란, 하느님을 만난 뒤에도 무언가를 더 요구하지 않는 평화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축복은 언제나 달콤하지만은 않다. 

시메온은 마리아를 바라보며 한마디를 더한다.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릴 것입니다.” 

이 말은 예고다. 

사랑은 언제나 상처를 동반한다는 예고, 

빛은 반드시 마음속 숨은 생각들을 드러낸다는 예고다. 

마리아는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앙은 이해보다 먼저 품는 일이기도 하다. 

그녀는 이 말을 가슴에 남겨 두었을 것이다. 

언젠가 이 말이 자신의 삶을 찌를 날이 오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그때 한나도 다가온다. 성전을 떠나지 않고 기도하며 살아온 여자, 시간이 흘러도 자리를 지킨 사람. 그녀는 말한다. 기다리던 이들에게, 이 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앙은 혼자만의 체험으로 끝나지 않는다. 

참으로 본 사람은 말하지 않을 수 없고, 

참으로 기다린 사람은 나누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일을 마친 뒤, 

그들은 나자렛으로 돌아간다. 

성전의 장엄함을 뒤로하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아기는 자라고,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진다. 

눈에 띄는 사건 없이, 

하느님의 총애는 그렇게 조용히 자라난다. 


신앙은 언제나 성전에서 시작해 결국 나자렛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돌아간 자리에서, 하느님의 이야기는 가장 오래 지속된다. 


나는 무엇을 기다리며 살아왔는가. 

그리고 그 기다림은, 나의 눈을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 

혹시 하느님이 이미 내 곁에 와 계신데, 

내가 아직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다림이 깊어질수록, 

신앙은 더 조용해지고 조용해질수록, 더 분명해진다. 

하느님은 늘 그렇게, 아주 작은 모습으로 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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