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독서 말씀] 다윗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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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주님을 믿는 사람의 눈으로 이 장면을 바라보면,
이 이야기는 단순한 도덕적 추문이나 권력자의 타락을 넘어,
신앙이 가장 느슨해지는 순간이 언제인가를 묻는 말씀으로 다가온다.
“해가 바뀌어 임금들이 출전하는 때가 되었을 때”,
다윗은 전쟁터에 있지 않았다.
요압과 군사들, 온 이스라엘은 전선으로 나갔지만,
다윗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었다.
다윗이 해야 할 자리에 서 있지 않았다는 사실,
그것이 모든 비극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저녁 무렵, 다윗은 왕궁의 옥상을 거닐다가
목욕하는 여인을 내려다본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비어 있는 시간과 느슨해진 경계가 만들어 낸 장면이다.
바쁘게 싸우고 기도하며 책임을 짊어지고 있을 때는 보지 못했을 것들을,
그는 그날 보게 된다.
죄는 대개 악한 의도로 먼저 시작되지 않는다.
자리를 비운 틈, 긴장이 풀린 순간,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서서히 스며든다.
다윗은 그 여인이 누구인지 이미 들었다.
“히타이트 사람 우리야의 아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는다.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 선택, 이것이 죄의 가장 두려운 얼굴이다.
무지가 아니라, 알고도 넘어서는 순간에 인간은 스스로를 속이기 시작한다.
임신 소식이 전해지자, 다윗은 상황을 ‘정리’하려 든다.
우리야를 불러 집으로 내려가게 하려 하고,
술에 취하게도 만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야는 내려가지 않는다.
전선에서 싸우는 동료들과 함께 왕궁 문간에서 잠을 잔다.
이 장면은 묵직한 대비를 이룬다.
권력을 가진 임금은 자기 욕망을 감추려 애쓰고,
힘없는 병사는 충성과 절제를 지킨다.
결국 다윗은 가장 어두운 선택을 한다.
우리야의 손에 들려 보낸 편지에는 그의 죽음이 명령처럼 적혀 있다.
전투의 가장 치열한 곳에 배치한 뒤,
그를 남겨 두고 물러나라는 지시.
이 장면은 신앙인의 마음을 깊이 아프게 한다.
죄는 한 번의 잘못으로 끝나지 않는다.
덮으려는 죄는 또 다른 죄를 낳고, 결국 가장 무고한 이를 희생시킨다.
우리는 다윗을 쉽게 단죄하기보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 머물러야 할 자리에 머물고 있는가,
혹은 가야 할 자리에서 물러나 편안함을 택하고 있지는 않은가.
신앙은 큰 결단의 순간보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어 보이는 저녁 시간,
옥상에 혼자 서 있는 순간, 느슨해진 마음의 틈에서 시험을 받는다.
다윗의 추락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책임에서 한 발 물러선 그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성경 안에 남아 있는 이유는,
다윗의 죄가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이 추락 이후에도 다윗을 포기하지 않으신다.
그러나 그 회복은 값싼 용서가 아니라, 철저한 직면과 통회,
그리고 깊은 상처를 통과한 뒤에야 주어진다.
이 본문은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조용히 덧붙인다.
신앙은 전쟁터에 나가는 용기만이 아니라,
머물러야 할 자리와 떠나야 할 자리를 분별하는 깨어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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