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복음 말씀] 겨자씨 비유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오늘의 복음 말씀] 겨자씨 비유

제임스
2026-01-30 00:00 165 0
  • - 첨부파일 : 264.jpg (101.6K) - 다운로드

본문

5평 남짓한 땅을 일구어 여러 종류의 채소를 키우며,
다섯 해 동안 자급자족의 삶을 살아본 적이 있다.
씨를 뿌리고, 매일같이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내며,

땅이 숨을 쉴 수 있도록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마음을 요구했다.

싹이 트고, 열매가 맺히거나 잎파리가 먹음직스럽게

자랄 때까지 기다리는 마음은 늘 간절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자연이 결코 거짓으로 응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정성을 기울인 만큼,
시간이 흐른 만큼,

자연은 반드시 자신의 방식으로 답을 내어놓았다.

 

오늘의 복음을 접하며, 그 시절의 마음이 다시 떠올랐다.

하느님 나라는 설명해야 할 대상이기보다

살아 내야 할 과정으로 다가온다.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두 비유는

모두 눈에 띄는 기적이나 즉각적인 성과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시간과 알 수 없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씨를 뿌린 사람의 비유에서,

그 사람은 씨가 어떻게 자라는지 알지 못한다.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이 반복되는 사이,

씨는 땅속에서 조용히 싹을 틔우고 줄기를 세우며 이삭을 맺는다.

믿는 이의 눈으로 보면,

이 장면은 신앙의 가장 솔직한 고백처럼 읽힌다.

우리는 기도하고 말씀을 듣고 작은 실천을 이어 가지만,

그 모든 것이 언제, 어떻게 열매를 맺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씨를 뿌리고,

땅을 믿으며, 시간을 견디는 것뿐이다.

 

이 비유는 하느님 나라가 인간의 통제나 계산 위에

서 있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드러낸다.

신앙은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 아니라,

맡김의 태도에 가깝다.

땅이 저절로열매를 맺게 한다는 말씀은,

하느님 나라의 주도권이 인간에게 있지 않음을 조용히 일깨운다.

믿는 사람은 모든 것을 설명하려 애쓰는 사람이 아니라,

설명되지 않는 과정 속에서도 하느님을 신뢰하는 사람이다.

이어지는 겨자씨의 비유는 신앙인의 시선을 한층 더 낮은 곳으로 이끈다.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 작고 눈에 띄지 않는 겨자씨.

그러나 그 작은 씨는 자라 큰 가지를 뻗고,

마침내 하늘의 새들이 깃들 수 있는 그늘을 만든다.

 

믿는 이에게 이 모습은

하느님 나라의 방식에 대한 깊은 위로로 다가온다.

하느님 나라는 언제나 작은 시작에서 출발한다.

크고 화려한 결단이나 대단한 업적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작은 믿음 하나가 그 출발점이 된다.

주님을 믿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겨자씨는 곧 나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직은 미약하고 부족하며,

세상의 기준으로는 보잘것없어 보일지라도,

하느님의 손에 맡겨질 때

그 삶은 누군가에게 쉼이 되는 그늘로 자라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씨의 크기가 아니라,

뿌려지는 자리하느님께 내어 맡겨진 상태.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느님 나라는 논리로 정복되는 개념이 아니라,

삶으로 알아듣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믿는 사람은 이 비유 앞에서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씨를 뿌리고 있는가?”
결과를 재촉하느라 하느님의 시간을 불신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말씀은 우리에게 더 많이 하라고 재촉하기보다,

더 깊이 믿고, 더 오래 기다리라고 초대한다.

 

하느님 나라는 이미 우리 가운데 뿌려져 있다.

보이지 않아도,

느리더라도,

그 나라는 오늘도 조용히 자라고 있다.

믿는 이의 눈은 그 성장을 계산하지 않고,

그분의 신실하심을 바라보는 눈이다.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적용하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
가톨릭출판사 천주교서울대교구 cpbc플러스 갤러리1898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굿뉴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신문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