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독서 말씀] 믿음을 지키는 일
본문
티모테오 2서 4장은 사도 바오로가 남긴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말씀이다.
죽음을 앞둔 노사도가 사랑하는 제자 티모테오에게 전하는
이 당부에는 한 사람의 신앙 여정이 응축되어 있다.
그래서 이 말씀을 읽을 때 우리는 단순히 티모테오를 향한 권고로만 듣기보다,
언젠가 우리도 인생의 마지막에 서게 될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묵상해 볼 필요가 있다.
바오로는 먼저 매우 엄숙한 어조로 말한다.
“말씀을 선포하십시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계속하십시오.”
신앙인은 환경이 좋을 때만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이 잘 들어줄 때나 칭찬해 줄 때만
진리를 말하는 사람도 아니다.
때로는 환영받지 못하고, 때로는 외면당하더라도
진리를 증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복음 선포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역시 가정과 직장, 성당과 사회 안에서
진실하게 살아가려 할 때 비슷한 경험을 한다.
정직이 손해처럼 보일 때가 있고,
양심을 지키는 것이 불편함을 가져올 때도 있다.
그러나 바오로는 상황에 따라 기준을 바꾸지 말라고 권고한다.
이어 그는 미래를 내다보며 경고한다.
“사람들이 건전한 가르침을 더 이상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때가 올 것입니다.”
이 말씀은 오늘날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사람들은 진리 자체보다 자기 마음에 맞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불편한 진실보다는 듣기 좋은 말을 선호하고,
자기 욕망을 정당화해 주는 주장에 더 쉽게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신앙은 내 생각을 하느님께 맞추는 것이지,
하느님을 내 생각에 맞추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티모테오에게 "정신을 차리고 고난을 견디어 내라"고 당부한다.
신앙인은 유행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진리를 붙드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편지의 후반부에 이르면 바오로는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나는 이미 하느님께 올리는 포도주로 바쳐지고 있습니다.”
이는 제물 위에 포도주를 붓던 제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바오로는 자신의 인생 전체를 하느님께 봉헌된 제물처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죽음을 두려움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것을 다 드린 사람의 평화로운 고백처럼 들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은 성경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고백 가운데 하나이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 고백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세상의 성공과 인정만을 위해 달리고 있는가,
아니면 하느님께서 맡겨 주신 길을 걸어가고 있는가?
바오로는 "나는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유명해졌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그가 마지막에 붙들고 있는 것은 단 하나, 믿음을 지켰다는 사실이다.
인생의 마지막에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가보다
얼마나 충실하게 살았는가 하는 점임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바오로는 의로움의 화관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그분께서 나타나시기를 애타게 기다린 모든 사람에게도 주실 것입니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
신앙은 특별한 몇 사람만의 길이 아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하느님을 기다리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며,
끝까지 믿음을 지키려 애쓰는 모든 사람에게 열린 길이다.
이 말씀을 묵상하다 보면 결국 한 가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바오로처럼 ‘달릴 길을 다 달렸고 믿음을 지켰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 우리 대부분은 아직 그렇게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미 결승선에 도달했느냐가 아니라,
오늘도 그 방향을 향해 걸어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바오로의 고백은 완벽한 사람의 자랑이 아니라,
끝까지 하느님을 신뢰하며 걸어간 사람의 평화로운 증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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