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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독서 말씀] 흩어짐 속에서 피어나는 기쁨

제임스
2026-04-21 23:33 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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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 예루살렘 교회에 큰 박해가 시작되었다.
스테파노의 죽음은 하나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문이었다. 그러나 그 문은 결코 평온하게 열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두려움 속에서 흩어졌다. 익숙한 공동체를 떠나, 낯선 땅으로 흩어져야 했다. 신앙은 더 이상 안전한 울타리 안에 머무를 수 없었다.
사람이 흩어진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삶의 기반이 무너지고, 관계가 끊어지고, 미래가 불확실해지는 경험이다. 그 안에는 슬픔과 두려움이 함께 담겨 있다.
독실한 사람들은 스테파노를 장사 지내며 크게 통곡하였다.
믿음이 깊은 사람일수록, 그 상실의 아픔은 더 컸을 것이다. 신앙이 있다고 해서 눈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신앙은 더 깊이 울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한다.
그 와중에 사울은 교회를 없애 버리려고 집집마다 들어가 사람들을 끌어냈다. 믿음은 더 이상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목숨을 건 결단이 되었다. 신앙은 고백이 아니라 존재의 문제로 바뀌어 갔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흩어진 사람들이 침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도망치는 사람들이었지만, 동시에 ‘전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피난민이 선교사가 된 것이다.
안전한 자리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쫓겨난 자리에서 말씀이 더 널리 퍼져 나갔다. 인간의 시선으로 보면 실패와 붕괴였지만, 하느님의 시선에서는 확장과 생명이었다.
필리포스는 사마리아로 내려갔다.
사마리아는 유다인들에게 결코 편안한 땅이 아니었다. 경계와 편견이 존재하던 곳이다. 그러나 복음은 그런 경계를 넘는다. 사람이 만든 벽은 하느님의 뜻을 가로막지 못한다.
그곳에서 일어난 일은 단순한 설교가 아니었다.
말씀은 눈에 보이는 표징과 함께 나타났다. 더러운 영이 떠나가고, 병든 이들이 치유되었다. 사람들의 삶이 실제로 변화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한마음으로 귀를 기울였다.
말이 아니라, 삶이 증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은 이 모든 흐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그리하여 그 고을에 큰 기쁨이 넘쳤다.”
박해로 시작된 이야기가 ‘기쁨’으로 끝난다.
이것이 신앙의 역설이다.
흩어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고통은 결코 마지막이 아니다. 때로 하느님은 우리가 붙들고 있던 자리를 흔드심으로써,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게 하신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원하지 않았던 변화, 갑작스러운 상실, 계획되지 않은 이동들이 우리를 새로운 자리로 이끌 때가 있다. 그 순간에는 이해할 수 없지만,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그 안에서 새로운 길이 열려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흩어짐은 아픔이지만, 동시에 씨앗이 뿌려지는 과정이다.
씨앗은 한곳에 머물러 있을 때는 열매를 맺지 못한다.
흩어질 때, 비로소 새로운 생명이 시작된다.
그날 예루살렘에서 흩어진 사람들은
자신들이 ‘기쁨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역사는 언제나 인간의 예상과 다르게 흐른다.
그리고 그 끝에는 언제나 한 가지 열매가 맺힌다.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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