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독서 말씀] 식품인이 바라본 사울과 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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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성과의 향미가 관계를 상하게 할 때
이 대목(사무엘 상권 18,6-9; 19,1-7)은 단순한 정치적 질투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과가 어떻게 해석되고, 그 해석이 한 조직의 질서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보여 주는 장면이다.
전쟁에서의 승리는 식품으로 치면 잘 만들어진 한 제품의 감각적 품질의 성공과 같다.
향이 좋고, 맛이 분명하며, 반응이 즉각적이다.
문제는 그 성공이 누구의 공정으로 인식되느냐에 있다.
여인들의 노래는 일종의 평가표다.
“사울은 수천을 치시고, 다윗은 수만을 치셨다네.”
이 한 줄은 수치화된 감각평가 결과처럼 순식간에 공동체 전체로 퍼져 나간다.
이때 사울의 마음에서 일어난 변화는 식품에서 말하는 산화 반응을 떠올리게 한다.
처음에는 기쁨이었다.
자신이 세운 체계 안에서 나온 성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의 평가가 더해지는 순간, 그 기쁨은 산소를 만나 질투라는 산패로 변한다.
산패된 기름이 전체 향을 망치듯, 사울의 마음도 관계의 향미를 흐리기 시작한다.
문제는 성과 그 자체가 아니라 성과를 받아들이는 조건이다.
다윗은 공정을 바꾸지 않았다.
늘 하던 방식으로 싸웠고, 늘 하던 태도로 임했다.
이는 좋은 원료를 쓰고 정직한 공정을 지킨 제품과 닮아 있다.
반면 사울은 결과를 해석하는 공정에서 실패한다.
성과를 공동체의 결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개인의 위협으로 해석하는 순간, 시스템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요나탄이다. 요나탄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품질관리자(QA)에 가깝다. 그는 마음이 아니라 사실을 말한다.
다윗은 죄가 없습니다.
그의 일은 임금에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승리는 주님께서 온 이스라엘에게 주신 결과였습니다.
요나탄은 흐트러진 공정을 다시 설명한다.
산패가 시작된 마음에 항산화제를 넣듯, 맥락과 진실을 조심스럽게 되돌려 놓는다.
그 결과 사울은 잠시나마 맹세한다.
“주님께서 살아 계시는 한, 다윗을 죽이지 않겠다.”
그러나 이 장면은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일깨운다.
한 번 산화된 감정은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시적인 안정은 가능하지만, 근본 원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문제는 다시 고개를 든다.
그래서 식품에서는 무엇보다 예방을 중시한다.
산소를 차단하고, 온도를 관리하며, 불필요한 자극을 줄인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성과 비교라는 자극, 서열화된 평가, 공개된 숫자 놀이는 관계를 빠르게 산패시킨다. 반대로 요나탄처럼 성과의 맥락을 설명하고, 공정의 의미를 함께 나누는 사람이 있을 때 공동체는 다시 균형을 회복한다.
다윗을 죽이려 했던 것은 한 사람이 아니었다.
잘못 해석된 성과의 향미였다.
그리고 요나탄은 그 향미를 본래의 맛으로 되돌리려 애쓴, 조용한 식품인이었다.
성과는 맛과 같다. 누구에게나 달콤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설명되지 않은 맛은, 가장 좋은 맛조차 가장 먼저 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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