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성경 말씀] 먼저 주어진 사랑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오늘의 성경 말씀] 먼저 주어진 사랑

제임스
2026-01-07 23:12 17 0

본문

 

요한 1(4,195,4)는 사랑을 말하면서도 우리를 안심시킨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그분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랑하라고 재촉하기 전에, 이미 사랑받았다는 사실을 먼저 알려 준다.
이 순서가 바뀌면 사랑은 곧 부담이 되고, 계명은 짐이 된다.

식품을 다루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이 말씀은 무척 익숙하게 다가온다.
아무 재료도 없이 음식을 만들 수는 없다.
기본이 되는 원료가 먼저 주어져야 조리도 가능하고, 맛도 완성된다.
요한이 말하는 사랑도 그렇다.
우리가 만들어 내는 감정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조건이다.

사랑은 노력의 출발점이 아니라, 출발선이다.

그래서 요한은 단호하게 말한다.
눈에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이 말은 도덕적 비난이기보다, 현실에 대한 설명처럼 들린다.
관계가 망가진 식탁 위에 아무리 좋은 음식이 올라와도, 그 자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형제를 외면한 신앙은 결국 공허해진다.

 

요한은 또 이렇게 말한다. “그분의 계명은 힘겹지 않습니다.”
이 구절은 처음 들으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사랑이 어떻게 힘겹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억지로 만들어 내는 사랑이 힘겹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사랑은 오래 버틴다.
잘 설계된 식품 공정이 불필요한 힘을 쓰지 않듯,
하느님의 계명은 인간을 소진시키는 요구가 아니다.
본래의 방향으로 돌아오라는 초대에 가깝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자녀도 사랑한다고 요한은 말한다.
이는 이상적인 선언이 아니라, 삶의 질서를 말해 준다.
부모를 사랑하면서 그 자녀를 외면할 수 없듯,
하느님 사랑과 형제 사랑은 나뉠 수 없다.
하나는 마음속 고백이고, 다른 하나는 삶의 증거다.

 

요한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모두 세상을 이깁니다.”
여기서 말하는 승리는 경쟁에서 이기는 힘이 아니다.
더 많이 가지는 능력도 아니다.
식품의 세계에서 진짜 승리는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몸을 지키는 균형에 있다.
세상을 이긴다는 말은 욕망과 두려움에 끌려가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그 승리의 이름은 믿음이다.
믿음은 현실을 부정하는 힘이 아니라, 현실을 견디게 하는 구조다.
눈앞의 이익보다 관계를 지키게 하고,
당장의 만족보다 오래 가는 생명을 선택하게 한다.


요한 1서의 말씀을 읽으며 나는 이런 질문 앞에 서게 된다.
나는 정말 하느님을 사랑하고 있는가, 아니면 말로만 고백하고 있는가.
형제를 사랑하는 일이 내 신앙 안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가.

사랑은 입으로 말하는 맛이 아니라,
삶을 통해 전달되는 영양이어야 한다.

요한이 말하는 믿음의 승리는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된다.
이미 주어진 사랑을 기억하고, 그 사랑이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것.
어쩌면 그것이 신앙의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실천일지 모른다.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적용하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
가톨릭출판사 천주교서울대교구 cpbc플러스 갤러리1898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굿뉴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신문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