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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경 말씀] 서로 서로 지체가 되어

제임스
2025-11-04 07:47 4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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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경 말씀에 대한 묵상수필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 한 몸을 이루면서 서로서로 지체가 됩니다.

우리는 저마다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에 따라 서로 다른 은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로마서 12,5-6

 

식탁 위의 음식은 모두 다른 식재료에서 시작된다.
짭조름한 된장, 부드러운 나물, 달콤한 과일, 향긋한 김치.
각각의 맛과 향은 다르지만,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야 한 끼가 완성된다.
밥만 있고 반찬이 없다면, 혹은 간장만 있고 밥이 없다면, 그 식탁은 온전하지 않다.

신앙 공동체도 이와 같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
조용한 이의 침묵이 기도가 되고, 활달한 이의 웃음이 기쁨이 되며, 겸손한 이의 손길이 봉헌이 된다.

 

성당에서 큰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이 말씀이 더욱 실감난다.
전례를 준비하는 사람, 아름다운 성가로 마음을 들어 올리는 사람,
성당 앞에서 안내하며 웃음을 전하는 사람,
국수 잔치를 위해 새벽부터 국물을 끓이는 사람,
장내를 정리하며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사람,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재치 있게 멘트를 건네는 사람,
마지막까지 남아 청소를 마무리하는 사람.
각자 맡은 자리는 다르지만, 그 모든 손길이 모여 하나의 사랑을 완성한다.
눈에 띄지 않아도, 그들의 수고와 기도는 함께 울려 퍼져 하나의 거룩한 몸을 이룬다.

 

사도 바오로가 말한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을 이룬다는 이 구절은
단지 교리의 문장이 아니라 삶의 질서를 드러낸다
.
우리는 결코 혼자로 완성되지 않는다.
서로의 부족함이 서로의 은총을 불러일으킬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살아난다.

 

신앙생활은 종종 나의 역할을 찾는 여정처럼 보이지만,
그 자리는 경쟁으로 얻는 것이 아니다.
사랑으로 세워지는 관계의 자리다.
내가 하는 작은 일도 다른 이의 은사와 연결될 때 빛이 난다.
기도하는 이의 눈물, 노래하는 이의 숨결, 봉사하는 이의 손끝이 모일 때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성체의 신비가 피어난다
.

 

세상은 늘 비교를 강요한다.
누가 더 잘하는가, 누가 더 앞서는가를 따진다.
그러나 은총의 세계에서는 비교가 아니라 나눔이 힘을 발한다.
내가 가진 것이 남보다 적을지라도,
그것을 나누는 순간 은총은 배가된다.
사랑은 계산으로 줄어들지 않고, 나눔으로 커지는 유일한 에너지다.

 

교회 공동체와 가정, 그리고 사회가 서로의 다름을 은총으로 받아들일 때,
그리스도의 몸은 온전히 살아난다.
그리고 그 몸 안에서 우리는 하나가 된다.
하느님께서 주신 각자의 탈렌트는 서로를 완성시키는 도구이며,
그 조화 속에서 우리의 신앙은 더욱 깊어진다.

 

오늘도 식탁 위에서 우리는 그 신비를 맛본다.
서로 다른 음식이 어우러져 한 끼를 이루듯,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사랑의 공동체를 이룬다.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식탁, 은총의 몸을 이루는 신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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