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성경 말씀] 보답 없는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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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오늘 성경에 대한 묵상 수필입니다
“네가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베풀 때,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유한 이웃을 부르지 마라.
오히려 가난한 이들, 다리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루카 14,12-14)
이 말씀은 언제 들어도 마음을 조용히 흔든다.
사람을 초대할 때 우리는 자연스레 ‘누가 나에게 도움이 될까’를 먼저 계산한다.
편안한 사람, 대화가 통하는 사람, 언젠가 나를 다시 불러줄 사람.
그러나 예수님은 그 익숙한 질서를 뒤집으신다.
그분의 식탁은 은총의 질서 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식탁은 단순히 먹을거리가 아니라 마음이 이어지는 자리다.
누군가를 식탁에 초대한다는 것은 “나는 당신을 받아들입니다”라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의 식탁은 종종 닫혀 있다.
우리와 비슷한 생각, 비슷한 취향, 비슷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이들만 앉아 있다.
그 자리는 평화로울지 모르나, 어쩐지 하느님의 숨결은 느껴지지 않는다.
예수님의 식탁은 언제나 달랐다.
세리와 죄인, 병자와 외로운 이들이 함께 앉았고,
그 자리에서 사람들은 놀랍게도 존엄을 되찾았다.
그분은 먹는 행위를 통하여 인간의 경계를 허물고,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우리 안에 시작되고 있음을 보여주셨다.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는 행복할 것이다.”
이 말씀은 세상의 법칙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세상은 언제나 ‘주는 만큼 받아야 한다’는 공정의 원리 위에 서 있다.
하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그보다 더 깊은 무상(無償)의 원리로 움직인다.
가난한 이, 다리 저는 이, 눈먼 이 ―
이들은 보답할 수 없는 사람들의 상징이다.
그들은 오직 받을 줄만 아는 존재,
그래서 하느님의 자비를 온전히 드러내는 거울이 된다.
보답할 수 없는 이에게 손을 내밀 때,
그 손 안에 이미 하느님의 얼굴이 비친다.
그 사랑은 순환하지 않지만, 대신 영원을 향해 열린다.
하느님의 잔치는 언제나 보답 없는 잔치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그분께 아무것도 드릴 수 없음에도
먼저 우리를 초대하시고, 자비를 베푸신다.
그분의 식탁에는 조건이 없고, 초대장은 오직 사랑뿐이다.
이 세상에서도 그런 잔치가 가능할까.
어느 겨울밤, 어머니가 동냥 온 낯선 이를 위해
따뜻한 밥 한 공기를 내주던 기억이 떠오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밥을 바라보며 번졌던 미소,
그 미소 속에는 계산할 수 없는 평화가 있었다.
그때 나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보답을 기대하지 않는 마음,
그것이 곧 하느님의 나라가 시작되는 자리라는 것을.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네가 보답을 받을 것이다.”
그 말씀은 단순히 내세의 상을 약속하기보다는,
보답 없는 사랑 속에서 이미 부활의 삶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아무런 보답을 바라지 않을 때,
우리의 사랑은 죽음을 넘어 부활의 빛을 맞이한다.
그 빛은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조용히, 일상 속 작은 식탁 위에 내려앉는다.
서로 다른 이들이 함께 앉아 빵을 나누는 순간,
그곳이 바로 하늘의 식탁이며, 영원한 잔치의 서막이 된다.
주님, 계산 없는 사랑을 배우게 하소서.
보답이 없는 자리에서 참된 기쁨을 보게 하소서.
제가 초대하지 않았던 이들이 저의 식탁에 앉게 하소서.
그 자리에서 당신의 은총이 빛나게 하소서.
제가 가진 작은 빵 한 조각이
누군가에게 부활의 맛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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