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성경 말씀] 은총의 안식 ― 신뢰에서 쉼으로
본문
오늘의 성경 말씀에 대한 묵상 수필입니다
신뢰의 문을 여는 마음 (지혜 3,9)
“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을 믿는 이들은 그분과 함께 사랑 속에 살 것이다.”
삶의 가장 어두운 시간 속에서도 하느님께 자신을 맡기는 사람은 결국 빛을 본다.
인간의 눈에는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 보여도, 신뢰의 눈으로 보면 그 안에서도 새로운 질서가 태어난다.
진리는 멀리 있는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
하느님과의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체험이다.
그분을 믿는 이들은 사랑 속에 거하며,
그 사랑이 곧 진리의 얼굴임을 깨닫는다.
신뢰는 머리의 판단이 아니라 마음의 결단이다.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상황, 설명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신뢰하는 것.
그 순간 인간의 마음속에는 하느님의 진리가 스며든다.
그 진리는 변하지 않는 평화로,
세상의 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된다.
은총이 지배하는 세계 (로마 5,21)
“은총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주는 의로움으로 지배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이 고백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을 열어 준다.
세상은 여전히 힘과 권력, 그리고 끊임없는 경쟁으로 가득하다.
반상회로 이웃집에 다녀오면, 사람들의 마음에는 묘한 불만이 쌓인다.
이웃이 가진 것보다 못한 자신을 바라보며,
나도 저만큼은 가져야 한다는 조급함에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그렇게 우리는 이웃보다 더 많이, 더 높이, 더 앞서 가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경쟁의 고리에 묶여 버린다.
아름다움에서도, 재력에서도, 지위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나아야만 안심하는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은총은 전혀 다른 질서를 제시한다.
그리스도를 통해 주어지는 의로움은 인간의 노력으로 얻는 결과가 아니라,
그분의 사랑 안에서 주어지는 ‘선물’이다.
인간의 손으로 쌓은 성취는 쉽게 무너진다.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으로 세워진 삶은 폭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분이 지배하신다는 것은 우리가 억압당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질서 안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그분의 은총이 지배할 때,
마음의 불안은 사라지고, 삶의 모든 순간이 의미로 가득 찬다.
은총은 우리를 단순히 용서받은 존재로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를 새롭게 살게 하는 ‘생명의 힘’이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삶을 다스리신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 안의 두려움과 욕망은 그분의 평화로 녹아내린다.
쉼으로 초대하시는 예수 (마태 11,28)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인생의 길 위에서 누구나 짐을 진다.
그 짐은 책임일 수도 있고, 상처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사랑의 무게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모든 짐을 짊어진 우리를 향해 초대하신다.
“오너라.”
이 짧은 한마디 안에, 하느님의 깊은 연민과 포용이 담겨 있다.
주님께 가는 길은 어떤 특별한 자격을 요구하지 않는다.
완벽하게 준비된 사람만이 아니라, 상처 입고 지친 이들을 향해 열린 길이다.
그분께 나아갈 때 세상은 여전히 우리를 재촉하지만,
그분 안에서만 우리는 '쉼’을 얻는다.
그 쉼은 잠시의 휴식이 아니라,
영혼의 안식이며 하느님과 하나 되는 평화이다.
세 구절이 그리는 구원의 여정
지혜서는 신뢰를 말하고,
로마서는 은총을 말하며,
마태복음은 쉼을 말한다.
이 세 말씀은 신앙의 여정을 한 폭의 그림처럼 보여준다.
먼저 신뢰가 문을 연다.
그 문을 통과하면 은총이 우리를 다스린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안식이 기다린다.
이것은 단순한 위로의 단계가 아니라, 영혼이 성숙해 가는 과정이다.
신뢰는 믿음의 씨앗이고, 은총은 그 씨앗을 자라게 하는 빛이며,
안식은 열매와 같다.
고통 속에서도 신뢰를 잃지 않은 사람은
결국 은총의 지배를 경험하고,
그 은총 안에서 참된 쉼을 얻는다.
― 안식의 자리에서
삶이란 때로 끝없는 짐의 연속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주님 안에서 그 짐은 더 이상 무겁지 않다.
그분이 나의 짐을 함께 지시기 때문이다.
신뢰는 나의 의지로 시작되지만,
그 결실은 언제나 하느님의 은총으로 완성된다.
그리고 그 은총의 끝에서 우리는 비로소 안식의 숨결을 느낀다.
“주님, 오늘도 제 짐을 내려놓습니다.
제 마음의 문을 열어,
당신의 진리와 은총과 안식이
제 안에 머물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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