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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경 말씀] 김장문화와 공동체의 신앙 ―성전

제임스
2025-10-28 09:49 4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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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성경 말씀 (루카 6,12-13.19)에 대한 묵상 수필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외국인과의 국제 결혼이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고, 음식이나 문화에도 낯선 이들이 농촌이나 지방의 가정으로 들어오면서 여러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

이웃과의 교류가 원만하지 못하고, 때로는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오해가 쌓이기도 한다.

이에 정부와 지역사회에서는 김장을 매개로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김치를 함께 담그고, 서로의 손맛을 나누며, 완성된 김치를 함께 나누어 먹는 자리에서

말은 서툴러도 웃음이 오가고, 문화는 달라도 마음이 통한다.

그래서 일까. 우리나라의 김장 문화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도 단순히 음식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공동체의 정신, 곧 함께 살아가며 나누는 삶의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김치를 제대로 담글 줄 몰라도

서로의 손길을 빌려주고 마음을 나누는 일

그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공동체의 모습이다.

다름을 넘어 사랑으로 연결되는 자리, 그곳에 하느님의 미소가 머문다.


예수님께서도 오늘 복음에서 바로 그런 공동체를 세우신다.

그분은 밤새도록 기도하신 뒤, 열 두 제자를 부르셨다.

그들은 모두 달랐다.

어부도 있었고, 세리도 있었으며, 품에 무기를 소지하였던 열혈 당원도 있었다.

성격도, 배경도, 생각도 달랐다.

때로는 다투었고, 오해했으며, 심지어 배신자도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을 하나로 묶으셨다.

그분의 사랑과 인내 안에서 새로운 가족이 태어났다.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서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은 이제 더 이상 외국인도, 이방인도 아닙니다.

성도들과 함께 한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

이 말씀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이미 한 몸이 되었음을 선포하는 선언이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서로 연결된 살아 있는 돌들의 모임이다.

그리스도께서는 그 건물의 모퉁잇 돌이 되신다.

모퉁잇 돌은 건물의 방향과 균형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돌이다.


우리의 신앙도 그렇다
.

그리스도를 중심에 두지 않으면

아무리 화려한 벽돌을 쌓아도 금세 흔들리고 만다.

그분이 모퉁잇 돌이 되실 때

우리는 비로소 서로 다른 돌이지만

한 성전으로 맞물려 간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묶는 시멘트가 되고,

성령이 그 안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바오로는 또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도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거처로 함께 지어지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이미 완성된 건물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세워지고 있는 살아 있는 성전이라는 의미다.

우리 각자는 그 건축의 한 부분이다.

누구는 기초가 되고, 누구는 벽돌이 되며,

누구는 창문이 되어 세상에 빛을 비춘다.

교회는 완전하지 않다.

그 안에는 상처 입은 사람, 의심하는 사람,

그리고 재능이 부족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양함 속에서

성령께서 새로운 질서를 세워 가신다.

우리의 약함이 은총의 재료가 되고,

우리의 다름이 하느님의 조화로 빛난다.

김장을 담그는 자리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손을 맞잡고 김치를 나누듯,

하느님 안에서도 우리는 그렇게 한 성전으로 지어지고 있다.


그리스도라는 모퉁잇돌 위에,

사랑이라는 시멘트로,

서로 기대어 서는 벽돌처럼.

그분의 성전의 한 조각으로서

오늘 나는 사랑과 평화를 짓는 벽돌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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