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10.11)의 제 1독서 말씀]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잔치 :이사야서 (25,6-10ㄱ)
제임스
2026-10-1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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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누는 자리에는 특별한 기쁨이 있다.
아무리 훌륭한 음식이라도 혼자 먹을 때보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오랜 친구들과 함께 나눌 때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음식의 맛은 혀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과 분위기,
그리고 서로 나누는 정에 의해서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잔치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다.
오늘 이사야서의 말씀은 이러한 잔치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만군의 주님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로 잔치를 베푸시리라.”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잔치다. 그런데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표현이 있다.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인간이 마련하는 잔치에는 초대받는 사람과 초대받지 못하는 사람이 구분되기도 한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민족과 신분, 살아온 환경이 서로 다른 모든 사람을 구원의 잔치에 초대하신다.
식품을 연구해 온 사람으로서 음식이 가진 이러한 의미가 더욱 깊게 다가온다.
음식은 생명을 유지하는 물질이지만, 함께 나누는 순간 사랑과 화해, 공동체를 이어 주는 매개가 된다.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잔치의 풍요로움은 음식이 얼마나 많은가보다
그 자리에 누구와 함께할 수 있는가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사야의 예언은 잔치의 풍요로움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분께서는 이 산 위에서 모든 겨레들에게 씌워진 너울과 모든 민족들에게 덮인 덮개를 없애시리라.”
우리는 살아가면서 저마다 보이지 않는 덮개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편견과 두려움, 미움과 불신, 그리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는 고집이 그것이다.
이러한 덮개는 다른 사람의 진실한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고
때로는 하느님의 사랑까지 가려 버린다.
하느님께서는 그 덮개를 걷어 내시어 우리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신다.
이어지는 말씀은 더욱 놀랍다.
“그분께서는 죽음을 영원히 없애 버리시리라.
주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 내시고…”
인간에게 죽음만큼 두렵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이 있을까.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루고 풍요롭게 살아도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한계를 깨닫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함께 웃고 식사하던 지인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접할 때마다
이 사실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죽음을 없애시고 모든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시겠다고 약속하신다.
특별히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눈물을 닦아 내신다”는 표현이다.
하느님께서는 단순히 슬픔이 끝날 것이라고 선언하시는 데 그치지 않으신다.
마치 부모가 울고 있는 자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듯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물을 직접 닦아 주시는 모습으로 다가오신다.
하느님의 구원은 고통을 없애는 것만이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시는 사랑이기도 하다.
우리 역시 누군가의 고통을 완전히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병든 사람을 모두 낫게 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의 슬픔을 대신 짊어질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곁에 앉아 이야기를 들어 주고 손을 잡아 주며 함께 눈물을 흘릴 수는 있다.
어쩌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하느님의 사랑은 그런 작은 행동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오늘 말씀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람들은 고백한다.
“우리는 이분께 희망을 걸었고 이분께서는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
희망은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만을 뜻하지 않는다.
현실이 쉽게 달라지지 않고 고통이 계속되더라도 하느님께서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고
마침내 생명과 사랑으로 이끄신다는 믿음이 희망의 바탕일 것이다.
오늘 말씀을 묵상하여 본다.
나는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잔치에 초대받기를 바라면서
정작 내 삶의 식탁에서는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나는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기보다 그 눈물의 이유를 판단하려 하지는 않았는가.
하느님께서 마련하시는 잔치는 먼 훗날의 약속이지만,
그 잔치를 기다리는 우리의 삶은 오늘부터 달라질 수 있다.
외로운 사람을 식탁에 초대하고, 소외된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 주며,
슬퍼하는 사람의 곁을 지키는 일에서 우리는 그 잔치의 기쁨을 미리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 나라의 잔치는 모든 사람이 함께 기뻐하는 자리이며,
그 잔치를 준비하는 우리의 몫은 오늘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 주고 함께 앉을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언젠가 주님께서 우리의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그날을 희망하며,
오늘은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어 주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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