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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 말씀] “오늘 이루어졌다”는 말씀 앞에서

제임스
2026-04-02 06:30 4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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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읽다 보면 문득 멈춰 서게 되는 순간이 있다.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온 말씀이
어찌 이렇게 정확하게, 그리고 깊이
지금의 우리를 향하고 있을까 하는 놀라움 때문이다.
시편의 탄식은 오늘의 나의 기도가 되고,
예언서의 외침은 지금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그 오래된 말씀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어떤 ‘준비’였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는 성경을 새롭게 읽기 시작한다.
 
구약의 말씀들은 마치 씨앗과 같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때가 되면 반드시 싹을 틔우는 생명의 약속.
그 씨앗이 마침내 드러난 순간이
예수님의 삶이 아니었을까.
예수님께서 나자렛의 회당에 서셨을 때,
그분은 이사야서의 두루마리를 펼치셨다.
그리고 조용히 읽어 내려가신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키기 위하여…
사람들은 그 말씀을 이미 알고 있었다.
수없이 들어왔던 예언의 구절이었다.

그러나 그날, 그 말씀은 더 이상 ‘과거의 글’이 아니었다.
오늘 이 말씀이 이루어졌다.
이 한 문장은 시간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예언은 더 이상 미래를 기다리는 말씀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살아 움직이는 현실이 된다.
우리는 종종 믿음을 ‘맞고 틀림’의 문제로 생각한다.
구약의 예언이 맞았으니
신약의 말씀도 맞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믿는다.
그 생각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은 차원이 있다.

성경의 놀라움은 단순히 ‘예측이 맞았다’는 데 있지 않다.
그 말씀이 지금도 우리 안에서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그 말씀은
과거 한 번으로 끝난 사건이 아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눈먼 이의 눈이 열릴 때마다,
억눌린 이가 다시 일어설 때마다,
그 말씀은 오늘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우리가 서 있다.
우리는 단지 그 예언을 ‘믿는 사람’이 아니라,
그 예언이 ‘이루어지는 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한 마디,
작은 친절 하나,
억울한 이를 대신해 내미는 손길 하나.
그 모든 순간이 이미 말씀의 성취다.
그래서 신앙은 과거를 기억하는 일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내는 일이다.
오늘 이루어졌다”는 말씀은
2천 년 전의 선언이 아니라
오늘 나를 향한 부르심이다.

우리 자신에게 묻는다.
정말 그 말씀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조용히 되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말씀을 듣는 자리에만 머물러 있는가,
아니면 그 말씀이
나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내어 맡기고 있는가.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말씀이 오늘에 이르렀다면,
이제 그 말씀은 다시 나를 통해
내일로 흘러가야 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예언은 단순한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지금도 세상 안에서 일하고 계시다는
살아 있는 증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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