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독서 말씀]제자의 혀, 그리고 차돌 같은 얼굴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내일의 독서 말씀]제자의 혀, 그리고 차돌 같은 얼굴

제임스
2026-03-31 22:16 50 0

본문

사람은 하루에도 수많은 말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말들 가운데
누군가를 살리는 말은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어느 날 문득,
지친 얼굴로 내 앞에 앉아 있던 한 사람이 떠오른다.
무엇인가를 털어놓고 싶어 했지만
쉽게 입을 열지 못하던 그 눈빛.

나는 그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위로를 건네고 싶었지만 그 말이 오히려 가볍게 들릴까 두려웠고,
침묵을 지키자니 그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 같았다.

그때 깨달았다. 말은 많다고 위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깊이 듣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

제자의 혀는 잘 말하는 혀가 아니라
먼저 듣는 귀에서 시작된다.

아침마다 귀를 열어 주신다는 말씀처럼,
신앙인은 먼저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들음이 쌓일 때,
비로소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말이
조용히 흘러나온다.

 

그러나 신앙의 길은 말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

살다 보면 말보다 침묵이 더 무거운 순간이 있다.

억울함을 설명하고 싶지만 그 말을 삼켜야 할 때,
정당함을 주장하고 싶지만 그 자리를 견뎌야 할 때.

그때 우리는 뒤로 물러서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이쯤에서 멈추자.”
굳이 여기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오늘 말씀은 다른 길을 보여준다.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이것은 강함의 선언이 아니라
신뢰의 고백이다.

내 힘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도와주시는 분이 계시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신앙인의 얼굴은
때로 차돌처럼단단해진다.

고집이 아니라 믿음에서 오는 단단함.

사람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순간의 감정에 무너지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손을 붙들고
묵묵히 걸어가는 얼굴.

 

돌아보면, 우리의 삶 속에도
이 말씀이 이미 스며 있었던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던 날,
억울함 속에서도 자리를 지켰던 시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해냈던 그 하루.

그 모든 순간이 이미 제자의 삶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보라,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는데
나를 단죄하는 자 누구인가?”

이 말씀은 세상을 향한 외침이기보다
내 마음을 향한 선언이다.

두려움이 올라올 때,
자신이 흔들릴 때,
그때 조용히 되새기는 한 문장.

나는 혼자가 아니다.”

 

오늘도 우리는 말을 하고,
듣고, 견디며 살아간다.

그 모든 일상 속에서
하느님은 우리를 제자로 부르신다.

지친 이를 살리는 말로,
흔들리지 않는 걸음으로.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위로했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이
사실은 하느님께서 나를 일깨우시던 시간이었다는 것을.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적용하기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
가톨릭출판사 천주교서울대교구 cpbc플러스 갤러리1898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굿뉴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신문
게시판 전체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