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독서 말씀]제자의 혀, 그리고 차돌 같은 얼굴
본문
사람은 하루에도 수많은 말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 말들 가운데
누군가를 살리는 말은 과연 얼마나 되었을까.
어느 날 문득,
지친 얼굴로 내 앞에 앉아 있던 한 사람이 떠오른다.
무엇인가를 털어놓고 싶어 했지만
쉽게 입을 열지 못하던 그 눈빛.
나는 그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위로를 건네고 싶었지만 그 말이 오히려 가볍게 들릴까 두려웠고,
침묵을 지키자니 그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 같았다.
그때 깨달았다. 말은 많다고 위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깊이 듣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제자의 혀는 잘 말하는 혀가 아니라
먼저 듣는 귀에서 시작된다.
아침마다 귀를 열어 주신다는 말씀처럼,
신앙인은 먼저 하느님의 음성을 듣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들음이 쌓일 때,
비로소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말이
조용히 흘러나온다.
그러나 신앙의 길은 말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살다 보면 말보다 침묵이 더 무거운 순간이 있다.
억울함을 설명하고 싶지만 그 말을 삼켜야 할 때,
정당함을 주장하고 싶지만 그 자리를 견뎌야 할 때.
그때 우리는 뒤로 물러서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이쯤에서 멈추자.”
“굳이 여기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오늘 말씀은 다른 길을 보여준다.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이것은 강함의 선언이 아니라
신뢰의 고백이다.
내 힘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도와주시는 분이 계시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신앙인의 얼굴은
때로 “차돌처럼” 단단해진다.
고집이 아니라 믿음에서 오는 단단함.
사람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순간의 감정에 무너지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손을 붙들고
묵묵히 걸어가는 얼굴.
돌아보면, 우리의 삶 속에도
이 말씀이 이미 스며 있었던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던 날,
억울함 속에서도 자리를 지켰던 시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해냈던 그 하루.
그 모든 순간이 이미 제자의 삶이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보라,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는데
나를 단죄하는 자 누구인가?”
이 말씀은 세상을 향한 외침이기보다
내 마음을 향한 선언이다.
두려움이 올라올 때,
자신이 흔들릴 때,
그때 조용히 되새기는 한 문장.
“나는 혼자가 아니다.”
오늘도 우리는 말을 하고,
듣고, 견디며 살아간다.
그 모든 일상 속에서
하느님은 우리를 제자로 부르신다.
지친 이를 살리는 말로,
흔들리지 않는 걸음으로.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위로했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이
사실은 하느님께서 나를 일깨우시던 시간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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