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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 말씀] 그 비움 속에 누구를 채우려는가?

제임스
2026-02-18 06:23 11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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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씀(마테복음 6:1-18)은 자선과 기도와 단식을 통해
우리 신앙의 방향을 묻습니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누구를 향해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보다 마음의 중심을 보시는 하느님 앞에서
우리는 어떤 자세로 서 있는가를 묻고 계십니다.
사순절은 그래서 ‘더 많이 하는 시기’라기보다
더 깊이 돌아보는 시기’입니다.
자선을 베푸는 것도, 기도를 늘리는 것도,
단식을 실천하는 것도 모두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 모든 실천이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사순절의 길이 됩니다.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 신앙은 쉽게 지치지만,
하느님의 시선을 기억하는 신앙은 조용히 자랍니다.
자선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선행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내게 먼저 베푸신 사랑을 흘려보내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
겸손을 넘어서, 사랑의 순수성을 지키라는 초대입니다.
내가 얼마나 했는지 세지 말고, 사랑이 흘러가도록 두라는 뜻입니다.
기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으라는 말씀은
하느님과 단둘이 마주 서는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추어,
나의 욕망과 계산을 내려놓고 하느님의 숨결을 듣는 시간.
사순절은 그런 침묵의 훈련을 요청합니다.
말이 많아지기보다 마음이 깊어지는 시간, 그것이 사순절의 기도입니다.
단식은 단순히 음식을 줄이는 행위가 아닙니다.
내가 의지해 왔던 것들, 당연하게 여겨 왔던 것들을 잠시 내려놓으며,
내 삶의 중심이 무엇인지 다시 묻는 행위입니다.
무엇을 비우느냐보다,
그 비움 속에 누구를 채우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얼굴을 씻고 기름을 바르라는 말씀은, 절제가 슬픔의 과시가 아니라
기쁨의 준비가 되어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사순절은 우울한 시간이 아니라,
부활을 향해 걸어가는 희망의 시간입니다.
결국 오늘의 말씀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나는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 사는가,
아니면 하느님 앞에 서기 위해 사는가.
사순절에 가져야 할 자세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조용히, 그러나 진실하게. 드러내지 않되,
멈추지 않고. 비교하지 않되, 성실하게.
하느님께서 보신다는 믿음 안에서 작은 실천을 이어 가는 것입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이미 알고 계십니다.
그러니 우리는 조용히 걸어가면 됩니다.
사람의 박수 대신, 하느님의 눈길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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