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사이서를 필사하기 전에]
본문
콜로사이서는 짧은 편지이지만, 그 안에는
신앙의 중심이 어디에 놓여야 하는지에 대한 매우 선명한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이 편지를 필사하기에 앞서,
우리는 먼저 이 서간이 무엇을 향해 흐르고 있는지를
마음으로 붙들 필요가 있습니다.
콜로사이서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그리스도는 충분하시다. 그리고 그분 안에서 우리는 이미 충만하다.
사도 바오로는 콜로사이 공동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 위에 다른 무엇을 덧붙이려는 움직임
—지식, 철학, 율법적 규정, 신비적 체험, 천사 숭배 같은 것들—이
공동체 안에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마치 그리스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무언가를 더 가져야 완전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바오로는 단호하게 선언합니다.
그리스도는 단순한 스승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형상이시며, 만물보다 먼저 계신 분이십니다.
만물이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고, 그분을 향해 존재합니다.
그분은 교회의 머리이시고, 십자가를 통하여 화해를 이루신 분입니다.
필사하기 전, 우리는 이 고백을 천천히 되새길 수 있습니다.
“나는 정말 그리스도가 충분하다고 믿고 있는가?”
“나는 혹시 신앙에 무엇인가를 덧붙여야 안심하는 사람은 아닌가?”
콜로사이서는 우리를 중심으로부터 다시 시작하게 합니다.
신앙은 복잡한 체계가 아니라, 인격이신 그리스도와의 결합입니다.
바오로는 말합니다.
우리가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고, 함께 살아났다고.
그러므로 이미 옛 사람은 벗어버렸고, 새 사람이 되었다고.
이 말씀은 단순한 교리가 아닙니다. 존재의 선언입니다.
우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미 새로운 생명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러므로 콜로사이서는 두 방향으로 흐릅니다.
첫째는 하늘을 향한 시선입니다.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
둘째는 땅 위의 삶입니다.
자비, 겸손, 온유, 인내, 용서, 그리고 사랑을 입으라고 권고합니다.
특히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 주는 끈입니다.”라는 구절은
이 편지의 심장과 같습니다.
그리스도의 충만함은 교리적 논쟁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드러납니다.
가정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일상의 자리에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옷처럼 입고 살아가도록 초대받습니다.
필사를 하며 우리는 단어를 옮겨 적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나는 무엇을 붙들고 사는가?
나는 누구 안에 뿌리내리고 있는가?
콜로사이서는 우리에게 불안해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세상의 사조가 바뀌고, 생각이 복잡해지고,
신앙이 흔들릴 때에도 중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 안에 뿌리내리고 세워지십시오. 감사하십시오.
결국 이 편지는 이렇게 속삭입니다.
그리스도를 더 알아가라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분 안에 있음을 깨닫고 그 안에 머물라는 초대입니다.
필사를 시작하기 전에, 잠시 눈을 감고 이렇게 기도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 제 마음이 다른 것으로 채워지지 않게 하소서.
이미 주님 안에서 충만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하소서.
이 말씀을 옮겨 적는 손이, 제 삶을 새롭게 빚어가게 하소서.”
그 마음으로 콜로사이서를 쓰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필사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 다시 뿌리내리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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