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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독서 말씀] 두려움이 먼저였다 — 예로보암의 마음속 계산

제임스
2026-02-14 19:47 13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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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은 망치 소리와 함께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먼저 마음속에서 조용히 형태를 갖춘다.

성경은 예로보암의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한다.
예로보암은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라가 흔들린 것도 아니고, 백성이 떠난 것도 아니다.
그는 단지 어쩌면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어쩌면 나라가 다윗 집안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어쩌면이라는 가정이 그의 마음을 잠식했다.

두려움은 현실보다 상상 속에서 더 빠르게 자란다.
그리고 사람은 현실보다 상상에 더 크게 반응한다.
 

신앙의 무너짐은 대개 여기에서 시작된다.
불신앙이 아니라 불안에서,
배교가 아니라 계산에서.

예로보암은 계산했다.

백성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제사를 드리면,
그 마음이 르하브암에게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그는 기도하지 않았다.
하느님께 묻지도 않았다.
그는 궁리 끝에금송아지를 만들었다.

기도 대신 계산이 자리를 차지할 때,
신앙은 방향을 잃는다.

그가 만든 금송아지는 노골적인 배신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여러분의 하느님께서 여기에 계십니다.
그는 다른 신을 소개한 것이 아니다.
그는 하느님을 재배치했다.
자신의 통치에 안전한 자리로 옮겼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마주한다.
우상은 하느님을 부정하는 것일까,
아니면 하느님을 조정하는 것일까.

예로보암의 죄는 형상을 만든 데 있지 않다.
그의 죄는 두려움을 기준으로 삼은 데 있다.
그는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자신의 불안을 중심에 두었다.

우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때문에 걱정한다.
관계가 흔들릴까 염려하고,
자리가 위태로울까 불안해하고,
건강이 나빠질까 두려워한다.


그 두려움이 커질수록

우리는 하느님을 신뢰하기보다
상황을 통제하려 한다.

통제는 즉각적인 안정을 준다.

기도는 기다림을 요구한다.
계산은 확실해 보인다.
신뢰는 모호해 보인다.

그래서 사람은 계산을 택한다.


예로보암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을 막고

베텔과 단에 제단을 세웠다.
순례의 수고를 없애 주는 편리한 신앙이었다.
가까이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왕의 통제 안에 있는 신앙.

편리한 신앙은 사람을 안심시킨다.
그러나 그 안심은 깊지 않다.
그것은 두려움을 덮어 놓았을 뿐,
치유하지는 못한다.

 

금송아지는 금으로 만들었지만,
그 재료는 사실 두려움이었다.

우리는 오늘 어떤 금송아지를 만들고 있는가!

하느님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미사를 포기하지도 않는다.
기도를 완전히 멈추지도 않는다.
다만, 불편한 순례는 줄이고 싶다.
회개를 요구하는 말씀은 조금 완화하고 싶다.
십자가의 무게는 덜어내고 싶다.

그리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하느님은 여기에도 계신다.”

그렇다.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신다.
그러나 신앙은 하느님을 우리 쪽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분께 올라가는 길이다.


예루살렘은 멀고 불편했다
.
그러나 그 길에는 순종이 있었다.
베텔은 가까웠고 편리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계산이 있었다.

신앙의 길은 언제나 올라가는 길이다.
불안을 안고도, 두려움을 품고도,
그분께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길이다.

예로보암은 두려움을 맡기지 못했다.
그는 두려움을 없애려고 했다.
그 결과, 그는 나라를 잃는 것을 막으려다
결국 집안 전체를 잃고 말았다.

두려움은 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통제한다고 안전해지지도 않는다.
두려움은 맡길 때 비로소 작아진다.

 

신앙은 불안을 제거하는 기술이 아니다.
신앙은 불안을 들고 하느님께 올라가는 용기다.

오늘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그 두려움 때문에 무엇을 계산하고 있는가.
그리고 혹시, 작은 금송아지 하나를
마음속에서 조용히 빚어내고 있지는 않은가.

우상은 손으로 만들기 전에
이미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신앙은 통제가 아니라 신뢰다
.
그리고 신뢰는 두려움을 인정하는 자리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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