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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복음 말씀]] 열려라, 우리의 귀와 혀가

제임스
2026-02-13 07:51 15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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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우리의 귀와 혀가
예수님의 발걸음은 언제나 경계의 자리, 이방의 땅을 스쳐 지나간다.
중심이 아니라 변두리에서, 익숙함이 아니라 낯섦 속에서,
그분의 구원은 조용히 시작된다.
그때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온다.
“손을 얹어 주십시오.”
이 청원은 단순한 치유의 요청이 아니라,
한 인간의 닫힌 세상을 열어 달라는 간절함이었을 것이다.
듣지 못하는 이는 세상의 소리뿐 아니라,
관계의 숨결도 온전히 받지 못한다.
말 더듬는 이는 생각이 있어도 온전히 내어놓지 못한다.
그의 삶은 마치 ‘열리지 않은 문’처럼 안과 밖이 단절된 상태였다.
예수님은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신다.
이 장면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치유는 공개적인 기적의 무대가 아니라,
관계의 친밀함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분은 손가락을 그의 귀에 넣으시고,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신다.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다.

그 한숨은 무엇이었을까.
단순한 신체적 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닫힌 상태를 향한 하느님의 깊은 탄식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듣지 못한 채 살아가는가.
타인의 아픔,
배우자의 속마음,
자녀의 침묵,
그리고 무엇보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못하는 삶은 관계를 메마르게 하고,
말하지 못하는 삶은 사랑을 묶어 둔다.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에파타!” — “열려라!”
그 한 마디에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지 신체의 회복이 아니다.
열림’이다.
닫혀 있던 존재가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순간이다.
소리가 들어오고, 말이 밖으로 나간다.
관계가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어느 부분에서는
귀먹고 말 더듬는 사람일지 모른다.
하느님의 뜻을 듣지 못하고,
진실한 사랑을 말하지 못한다.
상처 때문에 닫히고, 자존심 때문에 침묵한다.
그래서 복음의 이 장면은 단순한 옛 기적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우리의 상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더 놀라운 것은, 예수님께서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분부하셨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더욱 널리 알린다.
참된 선은 숨기려 해도 드러난다.
하느님의 일은 과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증언으로 퍼져 나간다.
사람들은 감탄한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이 말은 창세기의 첫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
예수님의 행위는 창조를 회복하는 일이다.
닫힌 것을 열고, 묶인 것을 풀어,
인간을 다시 온전하게 세우는 일.
오늘 우리는 무엇이 열려야 하는가.
굳어버린 판단의 귀인가,
상처로 굳은 마음의 문인가.
혹은 감사의 말을 아끼고 있는 우리의 혀인가.

기도 속에서 조용히 청해 본다.
주님, 저에게도 말씀해 주십시오. 에파타.
제가 당신의 말씀을 듣게 하시고, 사랑을 말하게 하소서.
닫힌 마음을 열어, 다시 관계 안으로 걸어 들어가게 하소서.
열림은 기적이 아니라, 은총이다.
그리고 은총은 언제나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우리 삶 한가운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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